시내면세점 출점 요건 완화.. 서울·제주 '충분조건' 갖춰
과도한 수수료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일로'는 문제
[서울=뉴스핌] 박준호 기자 = 정부가 14일 오후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발급 여부를 결정한다. 면세점 난립으로 시장 전반에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 특허가 나올지 면세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이호승 1차관 주재로 보세판매장 제도운영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에 대한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기재부 관세제도과 관계자는 “지금의 시장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특허 발급수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이번이 첫 회의지만 전날 심사위원들이 만나 충분한 논의를 나눴다. 비공개 회의가 끝나면 결과를 일반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소공동 롯데면세점에 줄서 있는 외국인 관광객[사진=뉴스핌] |
정부가 대기업 시내면세점 출점 요건을 완화하면서 서울과 경기·인천·제주지역이 신규 특허 후보지로 꼽힌다. 기재부는 지난해 관세법 개정을 통해 이 같은 근거를 마련하고 올해 관련법 시행령 개정도 완료했다.
면세업계는 셈법에 분주하다.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바잉파워 확대를 위해 서울 시내 추가 출점을 타진하고 있다. 이미 강북·강남에서 입지를 다진 신세계면세점 역시 롯데·신라가 선점한 제주 시장 진출을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관광수요가 몰리는 서울이나 제주의 경우 특허발급을 위한 충분조건을 갖췄지만 출혈경쟁에 따른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롯데나 신라의 과도한 송객수수료 경쟁으로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면세점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유치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국내 면세시장은 중국인 보따리상(다이궁) 효과로 매월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지만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과도한 수수료 경쟁으로 기형적인 수익구조가 자리잡으면서 수익성은 악화일로다.
게다가 2015년 6개였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지난해 13개로 불과 3년새 두 배 이상 불어나면서 생존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대기업인 한화마저 면세점 난립에 따른 저마진 구조를 견디지 못하고 백기를 들면서 면세시장에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도 드리웠다.
갤러리아면세점은 3년간 누적적자가 1000억원을 넘어서면서 특허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조기 철수를 택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면세점도 누적적자가 560억원에 이른다. 시티면세점 청주국제공항점은 임대료를 납부하지 못해 채권 가압류 절차까지 밞고 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도는 고양시가 특허 유치에 적극적이라고 들었다. 지자체에서 찬성 입장을 내비친 경기나 인천에 특허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며 “서울과 제주가 관건인데 특허난립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모르겠다. 한화가 반납한 특허권으로 한 자리가 비었기 때문에 최소 1개 이상의 특허가 나올 명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자료=기획재정부] |
신규 사업자 확대보다는 면세산업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번 기재부 제도운영위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앞서 정부는 관광시장 활성화를 위해 서울을 중심으로 시내면세점을 추가 설치하겠다는 기조를 밝힌 바 있다. 시장 진입장벽을 대폭 완화해 건전한 시장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제도운영위의 졸속행정도 우려된다. 면세점 제도운영위는 지난해 세법 개정안을 통해 신설된 심의기구다. 매년 지역별 특허수를 확정·공표해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박근혜 정부 당시 문제가 됐던 면세점 선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제도운영위가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부호가 남는다. 이번 운영위 심사위원은 이호승 1차관을 위원장으로 기재부·문체부·공정위 등 7개 부처 고위공무원과 관세·무역 분야의 민간위원 등 20여명으로 구성됐다.
업계에선 벌써부터 전문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현장 사정에 밝은 면세업계의 실무자는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이유로 운영위 구성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형평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업계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정책이 탁상공론으로 흐를 위험도 그만큼 커졌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운영위를 구성할 때 실무 경험이 풍부하고 전문성을 갖춘 업계 출신 인사를 포함시켰다면 보다 실효성 있는 결정을 도출하는데 도움이 됐을텐데 아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도운영위 구성 과정도 매끄럽지 못했다. 당초 기재부는 3월 내에 위원회 구성을 완료하고 심의를 진행하려 했으나 선임이 지연되면서 지난달에 들어서야 위원회 윤곽이 갖춰졌다.
각 정부부처의 심사위원 추천도 지난달 말에 이뤄졌고 민간위원 위촉 통보는 이번 달 들어서 겨우 완료됐다. 위원단 구성이 늦어지면서 2~3차례 회의를 거쳐 특허 발급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던 업계의 예상과 달리 기재부는 첫 회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이 첫 회의지만 전날 심사위원들이 만나 심도있는 의견 교환을 나눴다”며 “심사위원단도 충분히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로 꾸려졌다. 금일 회의가 끝나면 위원회 구성도 일반에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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