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중계약 피해자...부동산 거래 서툰 신혼부부나 대학생
전문가 "완전한 예방책 따로 없어..사전 계약시 각별히 주의해야"
[서울=뉴스핌] 김신정 기자 = 임대인 또는 공인중개사가 거래 중간에서 월세를 전세로 속이고 보증금을 가로채는 일명 '전·월세 이중계약' 사기가 전국에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의 한 빌라단지 입주자 32명은 이달 초 용인 서부경찰서에 집주인과 공인중개사 3명을 사기와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원룸 건물이 이미 신탁회사로 넘어가 전세금을 되돌려 받지 못해서다.
최근 창원에선 부동산 이중계약서를 작성해 수십억원의 전세금을 가로챈 뒤 외국으로 도주한 공인중개사 A(57)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2년 6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창원시 소재 오피스텔 대상으로 부동산 이중계약서를 작성해 임차인 160명으로부터 70억원 가량의 전세금을 가로채 필리핀으로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임차인의 전세금액이 1억 원이면, 임대인과는 월세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0만 원으로 계약한 후, 전세금 1억 원과 보증금과 월세의 합계 차액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는 수법을 사용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인터폴 공조를 요청하고 국내에 남아 있는 A씨 가족들을 통해 귀국할 것을 설득했다.
앞서 지난 3월에는 부동산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신혼부부와 젊은층 등을 상대로 허위 전세계약을 맺은 뒤 보증금 등 65억원을 가로챈 공인중개사 자매 일당이 검찰에 넘겨지기도 했다.
B씨는 경기 안산시의 한 공인중개업소에서 중개보조원으로 근무하면서 지난 2014년부터 6년간 손님 120여명의 전세계약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전세금 48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여동생은 인근 다른 공인중개업소의 중개보조원으로 일하면서 비슷한 수법으로 29명에게 17억원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임대인들에게 월세계약을 위임받고도 계약서를 허위로 꾸민 뒤 임차인들과 전세계약을 맺어 보증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부동산 거래가 서툰 신혼부부나 대학생, 사회초년생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반인들도 부동산 이중계약 여부를 확연히 알기란 쉽지 않다. 주택 임차인이 집주인을 직접 만나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집주인 진위여부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동산 이중계약 사건은 시장 활황기에 주로 발생한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경우 거래하는 주택가격이 올라가는게 보이다 보니 투기는 하고 싶어도 자금이 없어 결국 손님들의 투자금까지 손을 대는 경우가 발생한다. 최근 정부의 규제로 부동산 시장이 잠잠해졌지만 목돈이 오가다 보니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부동산 이중계약 예방책이 따로 없어 사전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중도금이나 잔금까지 오랜기간이 남아있을 경우 매도자 양해하에 '매매 예약 가등기'를 등본에 걸어 놓을수 있다"며 "계약체결시 중개인이 실거래 신고를 국토교통부에 빨리 등록 요청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중개업자와 계약을 체결할 경우 계약서를 꼼꼼히 따져보고 계약금이나 보증금이 등기부상 기재된 임대인의 계좌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송금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