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식 소주·전통주 업체 "국내 주류 경쟁력 고려 안 해"
[서울=뉴스핌] 박효주 기자 = 주세법 세제 개편안에서 제외된 증류식 소주, 전통주 등 일부 제조사들은 이번 개편안에 대해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특히 증류식 소주 업계는 “국내 주류 산업 저하를 정부가 방치하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5일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당정 협의를 거쳐 확정한 '주류 과세체계 개편 방안'에 따르면 맥주와 탁주만 종량세로 전환하고 이 외 소주, 과실주, 증류주 등 주종은 현행 종가세 체제를 유지한다.
종가세 방식은 원료와 포장비, 판매관리비 등이 모두 포함된 판매원가를 과세표준으로 주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대량생산으로 원가 절감이 가능한 대기업은 세금도 적게 내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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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종가세 체제는 소량으로 고가의 제품을 생산하는 전통주 활성화에 걸림돌로 지적 받았다. 이에 증류식 소주, 약주 등 제조업계는 이번 세제 개편안에 대해 강한 유감을 드러냈다.
증류식 소주 업체 화요 관계자는 “올해 초 주세법이 개정되고 세제 환경이 변경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큰 기대에 부풀었었다”면서 “하지만 일부 희석식 소주 업체들을 고려한 이번 개편안은 정부가 국내 주류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며 전 주종에 대한 종량세 개편이 없다면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출고가에 세금을 붙이는 종가세 체제에서는 어떤 기업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고급술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며 “정부가 미래 산업으로서 주류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대책을 세워 주시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막걸리 제조업체 배혜정도가를 운영하는 배혜정 대표는 국내 주류산업 발전을 위해 세율 뿐 아니라 규제 개혁도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 대표는 “종량세를 개편하겠다고 하는 정부의 방향성에는 공감한다”면서 “다만 전통주 고급화를 위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는 점에선 아쉽다. 막걸리는 기존에도 세율이 높지 않아 이번 개편안 적용으로 크게 변화되는 것은 없다. 세율 만이 아니라 전통주 발전을 저해하는 규제 개혁에 관해서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전 주종에 대한 종량세 전환 시기를 정하지 않아 (이 같은 논의가) 끝도 없이 늘어질까 우려된다. 주류 산업 전체를 고려한 개편이어야 하는데 누구는 원한다고 적용하고 누구는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적용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와 과실주, 증류식 소주를 생산하는 조은술세종 경기호 대표(한국막걸리협회 수석부회장) 역시 이번 개편안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경 대표는 “양조업계에서는 주세 전체 개혁을 통해서 전 주종이 다 함께 하고 세계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논의까지 이어져야 한다”면서 “규제가 너무나 많고 이런 것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 세율에 대한 문제만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맥주업계는 이번 개편안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면서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국산맥주와 수입맥주에 대한 과세표준이 다른 현행 종가세로 인해 국내 맥주 산업은 존립 자체를 위협받아왔다”면서 “종량세 전환으로 소비자는 질 좋은 맥주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고 국내 맥주 산업은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이 조속히 처리 되어 내년 시행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hj030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