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북한에서 유학 중인 호주인 알렉 시글리(29)가 북한 당국에 억류됐다고 알려진 가운데, 스푸트니크통신이 27일 시글리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인터뷰는 시글리가 행방불명되기 바로 며칠 전에 진행됐다.
통신에 따르면 시글리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북조선문학을 전공하는 석사과정 학생이었다. 그의 연구과제는 '젊은이들의 연애에 관한 북한소설의 특징 연구'였다.
인터뷰에서 시글리는 "연애를 테마로 한 북한의 현대소설을 연구하고 있다"며 "어떤 식으로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지, 서로 어떤 점에 이끌리는지, 어떤 가치관을 공유하는지, 어떤 시련이 두 사람에게 닥치는지 등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북한의 교수들과 다양한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과 북한 문화에 흥미를 갖고있기 때문에 (북한 유학은) 좀처럼 없는 기회"라며 "선생님들은 무척 상냥해서 학습 대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며 그런 대화가 다른 테마로 흐를 때도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 대학생들과도 교류를 갖는다고 말했다. 시글리는 "내 가족은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돼 있어 그들(북한 대학생)이 흥미를 갖는다"고 했다. 시글리의 부친은 영국과 호주 계통이며, 모친은 중국인, 아내는 일본인이다. 북한에는 국제결혼이 없기 때문에 시글리의 가족이 흥미를 갖는 것으로 보인다.
시글리는 학업 외에도 서구권 여행자들이 북한 여행을 할 수 있는 사업체도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에 따르면 시글리는 인터뷰를 진행한 며칠 뒤 행방불명됐다. 시글리의 지인들에 따르면 그는 이번주 초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 일부 매체는 시글리가 북한 당국에 억류됐다고 보도했다. 호주는 평양에 재외공관이 없기 때문에, 스위스대사관을 경유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북한에서 수감됐던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이 연상된다"고 기사를 마무리했다. 오토 웜비어는 북한에 관광여행을 왔다가 호텔에서 선전 포스터를 훔치려고 한 것이 발각돼 2016년 북한 당국에 체포됐던 인물이다. 그는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아 15개월 간 수감됐다. 2017년 6월 13일 미국에 귀국했지만 6일 뒤 사망했다. 웜비어는 북한에 구속됐던 시절 고문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서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호주인 유학생 알렉 시글리 씨 [사진=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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