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가끔씩 로마 시대의 콜로세움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글래디에이터가 맹수와 싸우거나 서로 대적하는 잔혹한 경기가 머리에 맴돈다. 수많은 관중이 모여 열광하고, 목숨을 걸고 승패를 겨룬다는 점에서 고대 검투사의 싸움은 현대 스포츠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어쩌면 목숨을 잃는 잔혹성을 덜어내고 승패를 겨루는 방식을 제도화한 것이 현대의 스포츠일지도 모르겠다.
최승우가 유나이티드병원 김현철 원장과 의료지원 협약식을 맺고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 하남 유나이티드병원] |
요즘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MOB 트레이닝센터의 최승우 선수 때문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하남 유나이티드병원은 최승우 선수가 속한 TNS스포츠엔터테인먼트와 의료 협약을 체결했다.
최승우 선수의 메디컬 테스트 결과를 국제연맹에 통보해주는 업무도 포함되는데 엄밀하게 따지면 경기 중 사망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검사에 해당된다. 가장 원초적인 승부의 세계에 나서는 선수들의 건강을 체크하는 일은 참으로 미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30여년 전만 해도 격투기 종목 가운데에서는 권투가 제도권의 스포츠로 인정을 받았고 그에 걸맞은 인기를 누려왔다. 권투는 대한민국 국적의 선수가 사상 최초로 세계 챔피언이 된 종목이기도 하다. 맨주먹과 투지만으로 세계를 호령할 수 있어 많은 한국인들에게 자신감과 긍정의 에너지를 심어주기도 했다.
최근의 격투기는 깜짝 놀랄 정도로 달라졌다. 이종격투기라는 말이 나오고, K-1이란 종목이 인기를 누렸는데, 최승우 선수를 통해 UFC의 인기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철청과 같은 곳에서 사력을 다해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2000년 전 로마 시대 검투사의 모습이 겹쳐져 안쓰럽기도 하다.
최승우. [사진 = TNS엔터테인먼트] |
최승우 선수는 최근 캐나다로 출국했다. 28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UFC 240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상대는 캐나다 출신의 가빈 티커라는 선수다.
최승우는 15세 때 무에타이의 매력에 빠져 선수로 데뷔했고, 국가대표까지 지냈다. 세계 대회에 참가한 경험도 있다.
데뷔전에 패한 뒤 두 번째 경기를 캐나다 원정으로 떠난 최승우에게는 승리가 매우 절실하다. 이 원초적인 스포츠에서 최승우 선수가 부상 없이 멋진 경기를 펼치길 가슴 졸이며 기원한다. /김현철 하남 유나이티드병원장
히딩크 감독의 요청으로 선발한 대한민국 국가대표 축구팀 제1호 상임 주치의. 2006년 월드컵도 동행했다. 지금은 하남 유나이티드병원을 ‘아시아 스포츠 재활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도전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