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주은 기자 = 대형마트들이 불황 타계 솔루션으로 자산유동화를 선택했다. 롯데마트에 이어 이마트가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재원으로 재무건전성 강화 및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10개 내외의 점포에 대해 1조원 수준의 자산유동화를 추진한다. 마트는 건물을 매각한 후 재임차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
매각 점포는 주관사인 KB증권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핵심매장보다는 외곽 매장을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 모집 등 연내 모든 일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자산 유동화를 통해 확보된 현금을 재무건전성 강화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이마트의 차입금은 올들어 크게 늘었다. 지난 6여년간 3조원대 수준이던 순차입금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5조2500억원으로 집계됐다. 무디스는 올해 말 이마트의 연결기준 조정 차입금은 약 6조4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부채비율도 올랐다.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80%대를 유지했지만 1분기에는 109.2%로 상승했다.
이마트는 마트 142개와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 16개로 국내에 총 158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마트 121개, 트레이더스 14개를 자가로 운영한다. 자가 점포 비율은 85%로 4년전 자산유동화를 시작한 롯데마트 자가 점포 비중 60%대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자가 점포는 관리가 자유롭고 임대료 부담이 없다는 게 장점이지만 부동산 보유세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올해 이마트의 부동산 보유세는 84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0억원 늘었다. 2분기 이마트 영업적자 71억원도 부동산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마트는 지난 2017년 말 159개까지 점포를 늘렸으나 지난해부터 줄이는 추세다. 할인마트의 경우 지난 2017년 두 곳, 2018년 두 곳, 2019년1분기 한 곳을 정리했다.
지난달 26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인스타그램> |
롯데마트도 점포를 매각하고 임차해 매장을 운영한다. 이번에 매각을 추진하는 점포는 대구율하점, 청주점, 의왕점, 장유점 등 4곳이다. 이외 백화점과 아울렛 점포 매각도 함께 진행한다. 롯데쇼핑은 롯데마트 4곳을 포함해 총 9개 점포를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롯데리츠)에 양도하고, 임차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 구리점, 광주점, 창원점, 롯데아울렛 대구율하점, 청주점 등 총 9곳의 매각 규모는 1조629억원이다.
홈플러스는 청약 부진으로 상반기 리츠 상장을 철회했다. 당시 51개 점포로 구성된 리츠를 통해 1조5000억~1조7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섰으나 청약이 저조해 약 8000억원만 모였다. 가격도 공모 희망가보다 낮았다. 홈플러스는 여전히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당장은 아니지만, 꼭 재도전에 나서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형마트가 자산유동화를 하는 것은 예전같지 업황과 그에 따른 실적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 창립 26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시현했다. 2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99억원과 26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도 33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부동산세와 지급 수수료 등 판매관리비 증가로 27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전년 동기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따라서 대형마트는 자산유동화를 통해 재원을 마련해 이를 바탕으로 재무건선성 강화와 신성장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움직이는 만큼 온라인 강화를 위한 물류 혁신 전략 등 늦은감 있는 대응책인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번 자산 유동화를 통해 확보된 현금을 재무건전성 강화 등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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