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들, 작년부터 잇따라 현지 법인 증자 나서
“금융 시스템 정상...IB 등 업무 차질 없어” 강조
글로벌 머니 ‘홍콩 엑소더스’ 가능성도 낮게 봐
“미·중 무역분쟁 결과가 H지수·외환 변동성 좌우” 전망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범죄인 인도 법안(일명 송환범)’ 개정 반대로 촉발된 홍콩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현지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 동향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영업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일단 해당 증권사들은 현재까지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콩 로이터=뉴스핌] 황숙혜 기자 = 범죄인 인도 법안 개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자들이 미국과 영국에 일국양제의 시행 상황을 점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019. 08. 16. |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국내 초대형 IB 5곳(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삼성증권) 모두 일찌감치 홍콩시장에 진출해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전까지 글로벌 IB와의 딜(Deal) 소싱 및 네트워크 강화에 공을 들이던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 사업의 중요성이 높아진 지난해부터는 앞다퉈 추가 증자에 나서는 등 홍콩 법인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올해초까지 이미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자본금을 보유하던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지난 5월 3500억원을 추가로 증자했다. 지난해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글로벌 투자전략 고문(GISO)의 홍콩법인 회장 취임과 함께 연간 4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으며, 올해는 이익 규모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작년말과 올해초 각각 1400억원, 4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본격적인 이익 확충에 나섰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1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해 이미 지난해 성적을 뛰어 넘었다. 이 밖에 삼성증권과 KB증권 등 초대형IB 외에 신한금융투자, 대신증권도 빠르진 않지만 사업 영역 확대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이후 석달째 시위가 지속되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까지 맞물리며 홍콩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이 여파로 홍콩 항셍지수가 1년새 20% 빠졌고, 국내외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규모도 급감하는 등 ‘아시아 금융 허브’의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일부 사회적 불안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당장 현지 영업에 변화가 생긴 것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현지에서 근무 중인 A증권사 고위 임원은 “지난 주말 대규모 집회를 기점으로 평화 시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간접적인 영향이 지속되고 있지만 주력 사업인 IB 및 투자 관련 영업 등에서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강경대응을 언급하는 중국 정부도 금융시장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IB 모두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금융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만큼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시위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여파에 대해서도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B증권사 관계자는 “홍콩이 무너지면 중국 뿐 아니라 아시아 금융시장 전반에 악재가 될 것”이라며 “H지수, 홍콩달러 등 일부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겠으나, 미국과 패권경쟁이 벌이는 중국이 스스로 자충수를 둘 것 같진 않다”고 진단했다.
C증권사 관계자 역시 “시위보다는 미·중 무역전쟁 및 글로벌 경제 상황이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크다”며 “시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소매·관광 사업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적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부에서 제기되는 홍콩에서의 글로벌 머니 ‘엑소더스(탈출)’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 또한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D증권사 현지 법인 관계자는 “중국이 본토에 위치한 상하이, 심천 등을 금융 특구로 만들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홍콩의 위상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싱가포르라는 대체재가 있는 만큼 중국 입장에서도 홍콩의 금융시스템 자체를 건드리는 것은 비이성적인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증권사 현지 법인 관계자도 “글로벌 금융시장과 중국시장을 연결하는 것은 홍콩만의 고유한 역할”이라며 “이번 사태로 일부 상처를 입을 순 있겠으나, 홍콩의 자체적인 발전은 계속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