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수사 두고 '봐주기' 지적 나오자..민 청장 적극 항변
"검찰 아닌 경찰로 고발 접수됐으면 끝까지 수사했을 것"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각종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 지적에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아야 하는 현 구조에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내며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수사와 관련,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의원 36명은 수사를 받았는데 자유한국당은 59명 중 단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한 명도 강제구인되지 않았는데 일반 국민이었으면 이것이 가능했겠냐며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한 수사 의지가 있는지,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2019.10.04 pangbin@newspim.com |
김 의원은 그러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을 강하게 주장하던 경찰이 이 분들에게만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일선 경찰관들은 ‘제1야당 눈치보는 수사’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의 명예가 걸린 일”이라고 했다.
이에 민 청장은 경찰 입장에서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전까지 의원들의 질의에 차분히 대답하던 그였지만 이 부분에서는 다소 격앙된 목소리까지 보였다.
민 청장은 “이 사건은 경찰이 아닌 검찰로 고발이 들어가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은 것이고 이런 문제 때문에 수사권 조정이 필요한 것”이라며 “경찰로 사건이 접수돼 시작한 수사였다면 (경찰이) 끝까지 수사할 수 있었다. 검찰로 고발이 처음 들어가 검찰이 수사를 지휘했는데 이에 대해 우리도 속으로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수사 개시 후 4개월동안 1.4테라바이트(terabyte) 분량의 자료와 2000명 이상의 행위를 수사해야 하다 보니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며 “수사팀에서는 총력을 다해 사건 전반에 걸쳐 물적 증거를 확인하고 일일이 행위자 별로 그것을 입증하는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도 민 청장에게 “검찰이 경찰을 힘으로 눌러 수사를 방해한 사례들이 많다”며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 등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마다 검찰이 번번이 수사를 방해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민 청장은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와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안에는 영장심의위원회를 구성해 경찰도 의견 진술할 수 있는 제도와 방안이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의 입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청장은 이날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도 “견제와 균형의 민주 원리에 입각한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과 권익을 더욱 증진하기 위한 일이다. 여러 개혁 법안들이 국회에 상정돼 있는데 조속히 입법으로 결실을 맺게 해달라”고 조속한 수사권 조정을 위한 입법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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