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A "北, 9·19 합의 이후에도 공사 지속"
美 위성전문가 "또 다른 대형시설 건설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함박도에 세워진 북한의 군사시설들이 2017년 중순부터 올해까지, 즉 9·19 합의 체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정황이 미국의 민간위성에 포착됐다.
7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일일 단위로 위성사진을 보여주는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지난 3년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북한이 남북은 물론 미북이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계속 함박도 군사시설을 확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강화(인천)=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무인도인 함박도를 두고 '영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에서 바라 본 함박도에 북한의 군 시설물이 보이고 있다. |
VOA에 따르면 함박도에는 2017년 6월까지만 해도 공사 흔적으로 해석될 만한 징후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약 한 달 후인 7월 20일자 위성사진에선 굴착 작업이 이뤄진 듯 숲으로 뒤덮인 섬 가운데와 동쪽 부근에 흙으로 된 바닥이 드러났고, 8월 26일엔 섬 중간과 동쪽은 물론 섬 북쪽 부근에도 뚜렷한 굴착 흔적이 나타났다고 VOA는 말했다.
VOA는 "지난달 한국 언론 등에 공개된 함박도의 원거리 사진을 보면 섬 북쪽에는 2~3층 높이의 건물 3~4개 동이 들어섰고, 섬 한 가운데에는 타워형으로 된 건물과 함께 철제 구조물이 세워져 있는데, 사진에 나타난 건물들은 2018년 1월까지만 해도 위성사진에선 찾아볼 수 없었던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VOA는 이어 "2018년 2월 6일자 위성사진에 처음으로 섬 북쪽에 건물 형태가 희미하게 포착됐다"며 "다음달인 2018년 3월 16일, 건물은 좀 더 명확한 형태를 갖췄고, 약 4개월 뒤인 7월 29일자 위성사진엔 북쪽 건물이 위치한 곳이 좀 더 확장된 모습이었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함박도 건물 확장공사를 진행한 시기인 2018년 7월경은 남·북정상회담(4월 27일, 5월 26일)과 북·미정상회담(6월 12일)이 진행되던 시기다. 즉, 북한이 한·미와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함박도에 군사시설 확장 공사를 계속 한 것이라고 VOA는 주장했다.
[강화(인천)=뉴스핌] 사진공동취재단=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무인도인 함박도를 두고 '영토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9월 24일 오전 인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에서 바라 본 함박도에 인공기와 철탑레이더가 보이고 있다.이날 국방부 관계자는 함박도 시설물에 대해 북한 군 병력이 자급자족을 위해 만든 건물과 군인 막사, 막사를 짓기 위한 기반 지지대가 설치된 것이라고 밝혔다. 2019.09.24 photo@newspim.com |
특히 VOA에 따르면 북한은 섬 중앙 부근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한 타워형 건물, 즉 감시초소 공사를 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고 9·19 남북군사합의가 체결된 2018년 9월 이후로도 계속하고 완공은 2019년 중순에 한 것으로 분석된다.
VOA는 이와 관련해 "북한이 남북 군사합의 이후에도 함박도에서 공사를 계속한 정황이 섬 내 또 다른 지점에서 포착됐다"고도 말했다.
VOA는 "지난달 촬영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는 섬 북서쪽 끝자락에 하얀색으로 된 기다란 시설 혹은 물체가 포착됐다"며 "이 시설 혹은 물체는 지난 3월 이후 위성사진에서 포착되기 시작해 5월부터 뚜렷한 모습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지만, 해안과 맞닿은 점으로 볼 때 선박 등의 접안 혹은 파도를 막는 역할을 하는 시설일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인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분석에 동의한다"며 "감시초소와 레이더 타워는 2018년에도 계속 건설 중이었고, 완공된 모습은 최근 공개된 2019년 사진에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센 연구원은 그러면서 "일부 부지에 대한 굴착 작업도 계속돼 온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또 다른 대형 건물이 세워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관측했다.
그는 다만 "위성사진의 낮은 해상도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하얀색 바위가 빛에 반사돼 시설처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방부 등 우리 정부와 유엔군사령부는 함박도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북쪽에 있는 북쪽 관할이며 이곳에는 감시장비와 감시소, 감시소 운용 요원들의 숙소만 있을 뿐 군사시설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