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기 악용한 범죄 매년 꾸준히 발생...더 큰 범죄에 악용 문제
치매노인·아동 실종 예방 등 순기능도 많아 일괄적 규제 어려워
방통위 "개인 규제 현실적 불가능"...전문가 "형량 강화 등 대책 필요"
[서울=뉴스핌] 구윤모 기자 = 최근 ‘위치추적기’를 악용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주로 보복범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그 자체보다는 더 큰 범죄를 위한 도구로 사용된 사례도 빈번하다. 기술 발달로 위치추적기의 성능도 점차 고도화되고 교묘해진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위치추적기를 검색해보니 수많은 판매 업체와 사이트가 검색됐다. 가격은 10만원 안팎에서 고급형은 100만원에 육박하는 것까지 다양했다. 크기도 다양한데, 작은 것은 손바닥만한 크기에 불과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통신사 가입 절차를 거치지 않고 사용이 가능하다는 홍보 문구와 함께 판매되고 있는 위치추적기도 눈에 띄었다. 이 경우 신상정보가 남지 않기 때문에 적발 시 사용자 확인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배터리 용량도 점점 커져 최대 수개월 사용이 가능한 제품이 다수였다.
위치추적기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를 이용한 범죄도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건수는 △2014년 61건 △2015년 48건 △2016년 84건 △2017년 116건 △2018년 98건에 달했다.
최근에는 헤어진 여자친구 차량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하고 스토킹을 한 30대가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그는 주차된 전 여자친구 차량에 수차례 위치추적기를 부착했고, 경찰 조사를 받은 후에도 똑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33) 씨의 부모를 살해한 김다운(34)도 위치추적기를 악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범행 1년여 전부터 4번에 걸쳐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피해자들의 동선을 파악했으며, 범행 당일에도 이씨 아버지의 차량에 이를 부착해 차량을 추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양=뉴스핌] 정일구 기자 =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의 부모 살해 피의자 김모(34)씨가 18일 오전 경기도 안양시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19.03.20 mironj19@newspim.com |
현행법에 따르면 개인위치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위치정보를 수집·이용 또는 제공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처벌 수위는 이에 미치지 못할뿐더러, 대부분 불법임을 알면서도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 범죄 예방이 쉽지 않다.
위치추적기 판매를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도 한계가 따른다. 치매노인이나 아동 등의 실종은 물론 차량 도난을 예방할 수 있다는 순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사업자들은 몰라도 개별 사용자들까지 방통위에서 전부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 현재로써는 없다”며 “위치추적기가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악용을 막으려면 처벌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실적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위치추적기가 악용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만큼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위치추적기 판매 자체를 규제하기는 어렵고 범죄 목적으로 구매하는 사용자들을 사전에 걸러내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도 “악용을 막기 위해서는 피해자 입장에서 사전에 방어할 수 있는 기술이 보편화되거나 최후의 방법으로는 형량을 강화하는 방법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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