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칠레의 과격 시위로 11월 중순으로 예정됐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이 취소된 데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단계 무역 합의 서명의 향방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다.
일단 트럼프 행정부가 APEC 회담 불발과 무관하게 스몰딜 타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백악관은 '플랜 B'를 마련하는 데 분주한 움직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블룸버그] |
APEC 회담 취소가 무역 협상과 직접적으로 맞물린 악재는 아니지만 '휴전 선언'에 새로운 걸림돌이 발생한 셈이라는 데 주요 외신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30일(현지시각) 칠레 정부가 과격 시위를 앞세워 갑작스럽게 국제 행사를 취소한 데 대해 백악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와 익명을 요구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APEC 회담 취소 소식에 적잖게 놀랐다"고 전했다.
20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이번 회담은 15개월 이상 지속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면전에 의미있는 한 획이 예고됐던 만큼 칠레 정부의 결정에 세간의 조명이 집중됐다.
백악관은 공식 성명을 내고 1단계 합의의 마무리를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양국 정상이 국제 회의를 빌어 자연스럽게 담판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데 따른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백악관은 성명을 내고 당초 예정됐던 시기에 1단계 무역 협상 합의문 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정부 관계자는 칠레가 산티아고 대신 다른 지역을 물색해 APEC 회담을 준비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고 밝혔지만 주최측은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협상을 주도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칠레 APEC 취소에 따른 후폭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언급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본인 소유의 플로리다 마라라고 리조트에 시 주석을 초대한 이후 지금까지 두 정상의 만남은 국제 회담에서 이뤄졌다.
최초의 무역 휴전 합의가 이뤄졌던 지난해 12월1일 담판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렸던 아르헨티나에서 성사됐고, 이후 협상 결렬과 전면전 위기 속에 6월29일 두 정상의 회동이 재개된 것도 일본 오사카의 G20 회담에서였다.
예기치 않은 변수가 불거지면서 적정한 회담 장소와 시기를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 작지 않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협상 자체의 파국이 아니라는 데 무게를 두면서도 잠재적인 리스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 주드 블랑셰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양측이 스몰딜에 서명할 의지가 있다면 칠레 APEC 회담 취소는 작은 골칫거리일 뿐"이라며 "하지만 어느 한 쪽이 내달 중순까지 1단계 합의를 종료하는 데 소극적인 움직임을 취할 경우 딜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토스텐 슬록 이코노미스트는 "회담이 연기되면서 무역전쟁 관련 불확실성이 장기화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1단계 합의 자체가 불발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차관급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한편 최종 담판이 지지부진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APEC 취소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동이 불투명해졌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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