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임기동안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은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그의 후임으로 4일(현지시간) 린지 호일이 선출됐다. 호일 신임 하원의장은 버커우와 다르게 신중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 '중립' '투명성' 강조한 신임 하원의장
영국 좌파 정당인 노동당 소속인 린지 호일은 2010년부터 하원부의장을 역임하며 9년동안 버커우과 의회 운영을 함께 했다. 그의 아버지 더그 호일 역시 노동당 소속으로 하원의원을 지낸 적 있다.
[런던로이터=뉴스핌] 백지현 기자 = 4일(현지시간) 린지 호일이 신임 영국 하원의장으로 선출됐다. 사진은 영국 의회TV 영상을 캡처한 장면이다. Parliament TV via REUTERS. 2019.11.04 lovus23@newspim.com |
BBC는 호일이 부의장 겸 예산을 관리하는 세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영국 하원의장으로의 전통 루트를 밟았다고 설명했다. 호일은 특유의 부드러운 화법과 친근한 스타일로 동료 의원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8년에는 의회와 정치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기사 작위를 받았다.
호일은 4일 의장으로 선출된 뒤 자신은 "중립적이고 투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호일은 엄격한 원칙론자로도 유명하다. 그는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학생 등록금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인 적있다. 당시 호일은 블레어 총리가 세번이나 총선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지만 깨지 말아야 할 약속과 원칙이 있다고 주장했다.
◆ 버커우 대한 평가 갈려..."중립적이지 못해" "의회 영향력 강화"
반면, 스스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반대파라고 밝힌 적 있는 버커우 전 의장은 브렉시트 찬성 세력으로부터 의회 운영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존 버커우 영국 하원의장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보리스 존슨 총리와 EU는 지난달 17일 브렉시트 합의안을 타결했지만 영국 의회가 합의안 승인 투표를 보류해 결국 10월 31일 브렉시트 예정 시한을 맞추는데 실패했다. 존슨 총리가 다시 합의안 표결을 재추진했지만 버커우는 이를 불허했다. 결국 존슨 총리는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해야 했다.
이에 보수당 의원들은 버커우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브렉시트 진행을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호일 신임 의장이 일명 '버카우 식' 의회 운영 방식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BBC에 따르면 버커우가 내각을 상대로 한 긴급질문과 '총리 질의응답'(Prime Minister's Questions·PMQ) 기회를 폭넓게 활용하며 의원들의 권한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의회는 이 권한이 계속 유지되리라 기대하고 있어 신임 하원의장이 10년간 이어져온 의회 관행을 갑작스레 없애려 할 경우 의원들로부터 압박을 받을 수 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