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강박²'전 27일 개최
강박 해결은 내부에서…예술가들 시선은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강박'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생각이나 감정에 사로잡혀 심리적으로 심하게 압박을 느끼는 상태다. 일상에서 누구나 느낄법함 감정이다. 개인이 느끼는 '압박'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사회가 자극한 것은 아닐까.
서울시립미술관은 개인의 문제로 다뤄진 '강박'을 사회구조의 문제 속애서 살펴보고자 '강박²'를 개최한다. 전시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그것의 위반이나 대안과 같은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인간은 강박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다시 강박을 반복하게 되고 이는 '강박X강박' 즉 '강박²' 형태로 나타난다. 강박을 이겨내기 위해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예술적'인 힘을 빌리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강박² 포스터 [사진=서울시립미술관] 2019.11.27 89hklee@newspim.com |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국내외 작가 9명(팀)은 영상, 설치, 회화, 조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구성된 작품 45점을 선보인다.
회화 작가 우정수는 역사에서 반복되는 지식과 문명에 관한 모티프나 B급 영화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차용하고 특정 도상을 자신이 창조한 상황 속에 대입해 반복, 변형해 이미지에 부여된 서사를 중단시키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작가는 전시를 위해 '바다' '모험' '낭만'을 주제로 요나, 모비딕, 오디세이아와 같은 고전과 성서의 모티브를 차용한 총 29점의 신작을 선보인다.
27일 미술관에서 만난 우정수 작가는 "고전이나 중세의 공포가 죽음으로부터 왔지만 현대사회의 공포는 가난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가난보다 미래의 가난이 더 큰 공포라고 미디어에서 주기적으로 주입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불안한 행위를 해소하기 위해 행동하고 그 행위가 반복될수록 강박이 가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1990년대 초 한국의 호황기에 미디어에서 자주 노출된 패턴을 가져와 캔버스에 옮겼다. 우정수 작가는 "이 패턴은 최근 뉴트로 열풍으로 다시 한번 선보여진다. 일부 경제학자는 1990년대가 단군 이례 최대 호황기라고 하더라. 최근 지나간 것에 대한 지나친 환상을 만들어내는 거 같다"며 "이런 패턴이 등장하고 있지만 각각 그림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구성돼 있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우정수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사진=서울시립미술관] 2019.11.27 89hklee@newspim.com |
정연두의 작업은 주로 현대인의 일상에서 소재를 발견하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수많은 가능성을 탐구한다. 강화도부터 고성에 이르는 13개 지역의 비무장지대(DMZ) 전망대를 계절별로 촬영하고 그 DMZ 지역에 얽힌 이야기를 연출해 담은 사진 설치 연작 'DMZ 극장 시리즈' 중 '도라 극장'을 새롭게 선보인다.
정연두 작가는 "2018년부터 올해 초까지 52번에 걸쳐 DMZ를 방문했다. DMZ 전망대는 대부분 북한과 DMZ가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고 풍광을 자랑하기 위해 통유리로 돼 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대부분 안보 관광객"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여러 전망대마다 고유의 이야기를 해준다. 전방 12시 방향에는 스탈린봉이 있고, 북한의 무슨 도시가 있고 전투가 있었다는 등이다. 그중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2012년 탈북한 군인이 남한에 올 때 몸무게가 52kg, 키가 150cm였는데 남한에 정착하고서는 76kg, 키가 163cm가 됐다더라. 의구심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정연두의 'DMZ극장 시리즈-도라극장' [사진=서울시립미술관] 2019.11.27 89hklee@newspim.com |
이렇듯 DMZ와 연결된 이야기를 13개 극장에서 연극하기로 기획하고 실제 관광객이 있는 곳에서 배우들과 함께 촬영해 파노라마 형식으로 사진을 재배치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송가현 큐레이터는 "전시에 초대된 작품들은 단순히 감각적 반복을 통한 대상의 재현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차이 나는 반복을 통해 대상의 본질에 틈을 내는 작업의 결과들"이라며 "이번 전시는 강박을 단지 우리 시대의 징후로 바라보는 데 머물지 않고 강박의 내재적 한계를 관통하고 징후를 넘어서는 해방의 가능성을 읽어보려는 시도"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27일 개막해 내년 3월 8일까지 총 103일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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