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극단적 선택 화성 순경 '갑질 피해' 당했다" 제보
경찰 "갑질 확인된 바 없어"…단순 자살사건 결론 가닥
[화성=뉴스핌] 최대호 기자 = 2019년 10월 29일 이른 아침. 경기 화성시의 한 시골마을 파출소에서 '탕' 하는 단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리고 잠시 후 A(35) 순경은 파출소 흡연구역 나무의자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채 동료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A순경은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경찰공무원이 되겠다며 수년간 공부를 이어오다 늦은 나이에 합격해 지난해 6월 이 파출소에서 첫 근무를 시작한 A순경. 꿈에 그리던 경찰이 된 그는 왜 이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을까?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다는 점에서 단순 자살로 사건을 종결할 방침인 가운데 최근 그의 죽음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유의미한 제보가 나왔다. A순경이 상관으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했다는 것.
[화성=뉴스핌] 최대호 기자 = 화성서부경찰서 전경. 2019.12.05 4611c@newspim.com |
◆ "A순경, 비번날 파출소 술자리 불려가…상관은 술병 깨"
A순경 사망사고 이후 최근 경찰 내부에서 이상한 말이 돌았다. A순경이 상관 B씨로부터 갑질을 당했고, 상급 관서인 화성서부경찰서는 이 같은 내용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내용이다.
경찰 내부 한 관계자는 최근 뉴스핌에 "사건이 있기 약 한 달쯤 전 B씨가 비번인 A순경을 파출소 2층 숙질실로 불러내 술을 마셨다"고 제보했다.
이어 "당시 당직근무 중이던 B씨는 술이 떨어지자 A순경에게 술심부름을 시켰고, 술자리가 이어지던 중 말다툼이 있었다"고도 했다.
제보자는 특히 "이 과정에서 B씨가 술병을 깨는 등 A순경에게 폭력적인 언행을 했고 당시 근무 중이던 다른 파출소 동료들이 말려 상황을 정리했다"며 "이 내용은 경찰서 청문감사관실에서도 알고 있었지만 덮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때 사태를 공론화해 A순경 또는 B씨를 다른 곳으로 전보조치 했더라도 A순경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일한 경찰조직이 결국 A순경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출했다.
◆ 파출소 간부 B씨 "사실무근"…청문감사관실도 "금시초문"
술자리 의혹 당사자인 B씨는 "어떻게 근무시간에 술을 먹느냐. 비번인 사람을 부른다는 것 또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제보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화성서부경찰서 청문감사관실 역시 술자리 사건에 대해 금시초문이라고 밝혔다.
청문감사관실 관계자는 "다른 사건으로 B씨를 감찰한 바 있지만 A순경과는 무관했던 일"이라며 "술자리 다툼은 금시초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도대체 그런 제보를 하는 사람이 누구냐. 알려 달라"며 "사건 당시 파출소 직원 모두를 상대로 조사했는데 (술자리 이야기는)일절 나오지 않았다"고 재차 그런 일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제보자는 이에 대해 "(술자리 다툼은)파출소 직원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문제가 확대될 것을 우려해 다들 쉬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청문감사관실 관계자가 밝힌 B씨를 둘러싼 '다른 사건'은 해당 파출소 또 다른 직원이 B씨와 일하기 힘들다며 전보조치를 요구했던 내용이다. B씨는 당시 일로 인해 경고 처분을 받았고, 직원에 사과하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B씨를 향한 직원들의 불만 제기가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청문감사관실은 이 같은 내용을 A순경 사망 경위 조사에 나선 형사과에 전달하지 않았다.
[화성=뉴스핌] 최대호 기자 = 총기로 극단적 선택을 한 A순경이 숨진 채 발견된 경기 화성시 한 파출소 흡연실. 2019.12.05 4611c@newspim.com |
◆ "총성 못들어"…A순경 사망 둘러싼 의문
우선 정확한 사고 시각이 규명되지 않았다. 사고 경위를 조사한 서부서 형사과에 따르면 A순경은 오전 5시 23분 파출소 문을 나서 바로 옆 흡연구역으로 갔다. 이후 CCTV에서 A순경 모습은 추가로 확인되지 않았고, 동료 경찰관이 약 1시간 만인 오전 6시25분 흡연구역 나무의자에서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A순경을 발견했다.
당시 파출소에는 A순경 외에 2명이 더 근무하고 있었고 두 사람 모두 "총성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파출소 내부와 A순경이 숨진 곳은 벽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38구경 권총의 실탄 격발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파출소 한 관계자는 "아침 시각 대형 트럭들이 파출소 앞을 많이 지나다닌다. 차량이 맨홀 뚜껑 등을 밟고 지나가는 소리 등도 나고 그런 이유 때문에 (총성을) 못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점도 의문이다. A순경은 오랜 시간 부모의 뒷바라지를 받으며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그리고 늦은 나이에 꿈에 그리던 경찰관이 됐다. 그런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부모에게조차 작별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조금 의아스럽다는 게 주변인들 의견이다.
사고 경위를 조사한 형사과 관계자는 "A순경이 우울증 치료 등을 받은 이력은 물론 직원 간 갈등이나 왕따 등으로 힘들어 했다는 내용도 파악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늦어도 다음 주 중으로 정밀 부검결과가 나오면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었다"면서 "다만 술자리 의혹 등이 제기된 만큼 사안을 다시 한 번 세밀하게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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