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에서 '서프라이즈'는 없었다.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동결했고, 내년 말까지 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힌트 역시 투자자들의 전망과 일치했다.
월가 트레이더들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통화정책 회의 후 기자회견에 귀를 세우며 거래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는 정책자들이 향후 실물경기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낸 데 대해 안도하는 한편 내년 금융시장에서 통화정책 기조의 영향력이 한풀 꺾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주가와 국채 수익률을 포함한 금융시장 지표가 연준의 움직임보다 경제 펀더멘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얘기다.
11일(현지시각) 연준은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점도표에서 정책자들은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할 뜻을 내비쳤고, 2021년 한 차례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 뒀다.
통화정책 회의 결과가 시장의 예상과 대체로 일치했지만 지난 10월 성명서에서 명시됐던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언급이 삭제, 중국과 무역 마찰 속에서도 정책자들의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전망이 개선된 사실을 반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FOMC를 시작으로 내년 말까지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연준의 정책 행보에 주가와 금리, 그 밖에 자산 가격이 출렁이는 상황을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2015년 제로금리 정책 폐지 이후 9차례의 금리인상과 올해 세 차례에 걸친 금리인하가 이뤄지는 사이 금융시장은 연준에 시선을 고정했고, 통화정책은 자산 가격 움직임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하지만 상당 기간 기준금리의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힌트가 제시된 만큼 투자자들의 시선이 연준에서 경제 펀더멘털로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글렌메드 트러스트의 제이슨 프라이드 최고투자책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이번 통화정책 회의 결정이나 성명서에서 예상 밖의 내용은 없었다"며 "정책 기조 변화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자드 애셋 매니지먼트의 론 템플 미국 주식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앞으로 연준의 금리 결정보다 거시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에 시선을 고정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에 따른 충격을 우려했다. 라보뱅크의 매트 케언스 채권 전략가는 "무역 전면전이 순식간에 경기 한파를 몰고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 전망이 바뀌거나 필요한 경우 통화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며 "금리를 인상하려면 인플레이션이 가파르게 치솟는 상황이 벌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레포 금리 급상승을 차단하기 위한 유동성 공급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국채 선물시장은 2021년 상반기까지 한 차례의 금리인하를 점치고 있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