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20년 이상 무분규 기업의 노사문화 분석
에스엘 롯데칠성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등 40년 이상 분규 없어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에스엘은 지난 1954년 설립이래 헤드램드, 샤시, 미러 등 자동차 부품을 전문으로 생산해온 기업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해외메이커와 합작 및 해외 직수출을 추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경영활동을 벌여온 에스엘의 또 하나 자랑거리는 51년간 한 번도 노사분규가 없었다는 거다.
'칠성사이다'로 유명한 롯데칠성음료, '박카스'를 만드는 동아에스트(옛 동아제약), 유한양행 등은 40년 이상 무분규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8일 최근 5개년 간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대기업 85개사(중복 제외) 중 20년 이상 노사 분규가 없었던 11개 기업의 노사문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 투명 경영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노사간 '신뢰', 다양한 노사협력 프로그램을 통한 '소통', 노사가 한 뜻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상생'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한경연이 분석한 11개 기업은 ▲에스엘(51년) ▲롯데칠성음료(46년) ▲동아에스티(44년) ▲유한양행(44년) ▲롯데제과(32년) ▲세아FS(32년) ▲글래드호텔앤리조트(31년) ▲현대엘리베이터(31년) ▲한진(29년) ▲한국제지(25년) ▲유한킴벌리(23년)이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진=뉴스핌 DB] |
한경연은 기업들이 장기 무분규를 이어갈 수 있었던 첫 번째 비결은 노사간 신뢰를 구축해 사전에 갈등 요소를 줄이는 데 있었다고 분석했다. 경영계획 및 실적은 물론 노무 현안까지 투명하게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신뢰를 구축했다는 것. 실제로 세아FS는 노조에 경영계획·전략·매출을 가감 없이 공유하는 '경영계획 발표회'를 개최한 결과 32년째 무분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두 번째 비결은 CEO가 직접 직원들과 대화하거나 특색 있는 노사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오해는 풀고 이해는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소통의 장 마련'이었다. 예를들어 롯데칠성음료의 'CEO Open Talk'와 에스엘의 '토크콘서트'가 있다. 이를 통해 노조원들이 CEO와 경영 비전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도 11개 장기 무분규 기업은 노사 상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해왔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동차 부품 제조 전문업체인 에스엘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국제금융위기로 경영난을 겪을 때, 노조의 자발적 임금동결과 상여금 350% 반납, 관리직의 자발적 임금삭감으로 회사를 지키고 경영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경연은 주장했다.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사례에는 한진의 '미혼모 자녀를 위한 사랑의 분유 택배', 현대엘리베이터의 '사랑의 집수리', '사진촬영 봉사' 등 취약계층 지원 및 농촌 일손 돕기, 난방비·교육비 지원 등이 있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와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협력적 노사문화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노사협력 순위가 141개국 중 130위로 최하위 수준인 지금, 20년 이상 장기 무분규 전통을 이어온 기업들의 신뢰와 소통, 상생의 노사문화 사례들은 대립과 갈등이 반복되는 국내 노사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