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미군의 이라크 바그다드 공습으로 3일(현지시간) 이란 군부 실력자인 거셈 솔레이마니 쿠드스군(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 사령관이 사망했다. 이에 이란은 미국에 '책임'을 지게될 것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양측의 직접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지도자인 아부 마흐디 알 무한디스(좌)와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3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는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살을 확인했으며, 이라크 관계자들은 이날 공격으로 알 무한디스도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진= 로이터 뉴스핌] |
로이터·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국방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군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국제공항에 공습을 감행,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사살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 직후 트위터에 코멘트 대신 미국 국기인 성조기 사진을 올려 이같은 발표를 사실상 인정했다. 공습으로 이라크의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도 목숨을 잃었다.
국방부는 "(공습은) 해외에 있는 미국인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며 향후 이란의 공격을 억제하는 목적도 있는 방어적 조치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중동 지역에서 미국 외교관과 미군을 대상으로 공격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31일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공격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주도한 것이라고 했다.
이란혁명수비대 정예군인 쿠드스군은 대외 공작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이란이 대외공작을 통해 중동에서 영향력 확대를 꾀했던 만큼 쿠드스군을 이끌었던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란 군부 실세로 불려왔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이라크에서 이란 대변인 역을 해왔다.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계정] |
이란 정부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피살을 확인했다. 그러면서 미국에 책임을 지게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하고 대응책 논의를 위해 긴급 안보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의 공습은) 매우 위험하고 어리석은 긴장 고조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그들의 불량한 모험주의에 따른 모든 결과에 책임을 지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란의 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국가안보회의는 솔레마이니 사령관을 죽음으로 이끈 미군의 공습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사망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이란 정책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제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 이란의 미군 무인기(드론) 격추에 대한 보복으로 공습을 추진하다 실행 직전에 중단한 바 있다.
또 작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시설 피격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을 당시에도 군사 공격에는 나서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제해오던 군사 공격을 실행에 옮긴 가운데 이란의 강경 대응으로 양국의 긴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미국 의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크리스 머피 민주당 의원은 트위터에 "솔레이마니가 미국의 '적'이었지만, 그가 사살돼 미국인들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가 통상 외국 정치인을 암살하지 않는 이유는 그러한 행동으로 미국인이 더 많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우리에게 오늘 밤 심각한 걱정거리"라고 우려했다.
친(親)이란 시아파 민병대와 지지세력이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국 대사관 앞에서 이라크 국기를 들고 행진을 하고 있다. 2020.01.01. [사진=로이터 뉴스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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