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은지 기자 = 하늘에서 당근과 고구마, 감자가 쏟아집니다. '왈라비 작전'인데요. 자원봉사자와 수의사를 태운 항공기가 호주 상공에서 야생동물을 위한 먹이 공급 작전을 펼친 겁니다.
'야생동물의 낙원' 호주, 스무 곳 넘는 자연 보존 지역에 코알라와 캥거루가 뛰놀던 곳이 처참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산불로 지금까지 서울시 면적의 200배, 남한보다 넓은 면적이 불에 탔는데요.
희생자도 계속 늘어서 27명이 숨지고 20명 넘게 실종된 상황. 특히 야생 동물들은 떼죽음을 넘어 멸종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호주 전역에서 10억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특히 움직임이 느리고 불이 나면 나무 꼭대기로 올라가 기다리는 습성이 있는 코알라는 전체 개체 수의 30%가 희생됐습니다. 코알라 서식지 유칼립투스 나무숲의 80%도 불타 없어졌기 때문에 사실상 독자적 생존이 불가능한 '기능적 멸종 상태'인 건데요.
동물단체들은 산불이 지나간 곳에 고구마 주기와 급수대를 설치하는 등 야생동물을 돕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어린 캥거루가 들어갈 주머니와 화상 입은 코알라의 손에 씌울 벙어리장갑 등 고아가 된 어린 동물을 위한 뜨개질 운동도 한창입니다.
호주 동물구조 수공예협회(www.facebook.com/arfsncrafts)는 페이스북에 필요 물품 목록을 올려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요. 호주는 물론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에서 18만 3000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호주 10대 청소년들은 직접 차를 운전해서 코알라를 구조하기도 했는데 코알라 8마리 이상을 직접 구조해 보호소로 인계했다고 하네요.
이렇게 직접 가서 구하지는 못하더라도 코알라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호주 '코알라 병원' 홈페이지(https://www.koalahospital.org.au/adopt-a-koala)에서 도움이 필요한 코알라를 입양할 수 있습니다. 집으로 데리고 오는 건 아니고요 코알라 구조와 치료에 쓰이는 비용을 후원하는 '랜선 입양' 시스템인데요. 랜선 입양 증명서가 나오고 서식지 보존과 확장에도 후원비가 사용된다고 하니까 코알라를 직접 돕고 싶은 분들은 동참하면 좋겠어요.
다섯 달째 이어진 최악의 산불. 이번 산불을 키운 건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 돌풍과 같은 기후 변화입니다. 호주는 지난해 9월부터 이상 고온 현상으로 기온이 45도 안팎까지 치솟았고 여기에 시속 40km 안팎의 강풍까지 더해진 건데요.
온실가스로 '멸종의 물결'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해 온 기후학자들. 이번 산불이 재앙의 시초가 되지 않으려면 환경보호를 더 이상 내일의 일로 미뤄서는 안되겠습니다.
(촬영/이민경 편집/김창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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