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중국에서 시작된 우한 폐렴이 주요국 곳곳으로 확산, 경기 한파 우려와 함께 유가가 3개월래 최저치로 가라앉았다.
지난해 12월 감산 연장에 합의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레이더들의 하락 베팅이 봇물을 이루는 데다 경기 둔화 속에 원유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 대응하겠다는 움직임이다.
27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국제 벤치마크 브렌트유가 장중 2.5% 급락하며 배럴당 59.18달러에 거래됐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2.5% 밀리며 배럴당 52.82달러를 나타냈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약 3개월만에 처음이다. 중국 우한을 진원지로 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된 데 따른 반응으로 풀이된다.
연초까지만 해도 배럴당 70달러에 육박했던 브렌트유는 단기간에 17% 급락한 셈이다. 우한 폐렴을 빌미로 원유 수요 둔화를 예상한 트레이더들이 하락 베팅에 무게를 실은 결과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OPEC과 러시아를 포함한 비회원 산유국들은 추가 감산에 나설 움직임이다.
이른바 OPEC 플러스는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유가에 지속적으로 하락 압박을 가할 경우 감산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OPEC의 한 고위 관계자는 FT와 익명을 요구한 인터뷰에서 "유가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중동 산유국들은 유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유국들 사이에 논의되는 방안 중 한 가지는 12월 합의한 감산 연장안을 올해 말까지로 추가 연장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OPEC 플러스는 감산 규모 자체를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세계 2위 경제국이자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에서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실물경기 타격이 가시화되자 중동 산유국들이 바짝 긴장한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둘라지즈 빈 살만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003년 사스(Sars, 중증호흡기질환)가 확산됐을 때도 유가를 둘러싼 비관론이 번졌지만 실제 원유 수요는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며 시장의 과민 반응을 경계했지만 한편으로는 유가 급락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주식시장의 여행 섹터와 위안화 및 상품통화까지 자산시장 곳곳이 우한 폐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특히 원유 시장의 타격이 크다는 지적이다.
ING는 투자 보고서에서 "12월 산유국들의 감산 연장으로 원유시장의 수급이 조여질 상황이지만 폐렴 확산에 여행자가 급감한 데다 실물경기 둔화 우려가 번지면서 유가를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우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가 80명을 웃돌았다고 밝혔다. 확진자가 한국과 싱가포르, 미국 등 주요국으로 확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