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월가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 기대와 압박이 함께 번지고 있다.
중국에서 번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레포시장의 리스크 역시 진화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채권 구루로 통하는 제프리 건드라크 더블라인 캐피탈 최고경영자가 올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90%로 제시한 가운데 월가의 트레이더들 역시 인하에 베팅하는 움직임이다.
3일(현지시각)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국채 선물이 반영하는 올해 상반기 중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58%로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국채 트레이더들은 12월까지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60%로 점치고 있다. 올해 두 차례의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셈이다.
앞서 건드라크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트윗을 통해 연내 연준이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90%라고 주장했다.
월가의 행보는 연준의 정책 기조와 어긋난다. 지난 달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당장 실물경기 충격이 가시화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앞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히면서도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지나친 공포를 경계하는 데 무게를 실었다.
바이러스 확산이 초기 단계인 데다 앞으로 얼마나 크게 악화될 것인지 누구도 정확히 예상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시장의 의견은 다르다. 푸르덴셜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전략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연준이 바이러스의 경제적 타격과 성장 둔화 가능성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2위 경제국인 중국의 수요가 둔화되면 교역 상대국을 중심으로 주요국으로 파장이 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정책자들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측면에서 실물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나틱시스의 조셉 라보가나 이코노미스트는 "통화 정책자라면 전세계에 번지는 리스크를 좌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전반적인 통화완화 정책과 대차대조표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외에 경제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연준의 금리인하가 불가피하다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으고 있다.
UBS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연준이 무려 세 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해에 연준이 금리를 내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일반적이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대규모 관세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작지 않은 데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까지 맞물리면서 큰 폭의 통화완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이와 함께 레포시장의 불안감도 금리인하 주장에 설득력을 제공하고 있다. 연준이 지난 9월 레포 금리가 10%까지 치솟은 이후 월 600억달러 규모로 시장 개입을 단행하고 있지만 리스크를 진화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아문디 애셋 매니지먼트의 크리스틴 토드 채권 헤드는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책자들은 비둘기파 행보에 무게를 둬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국채시장은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10년물 수익률이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으로 1.5% 아래로 밀릴 움직임이고, 30년물 수익률이 2.0% 선을 밑돌았다.
이 밖에 시장 전문가들은 일드커드 역전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