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 여론공작 관여 혐의
법원 "국민 의사 형성 방해…명백한 위헌"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 여론공작 활동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경찰 지휘부들이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손동환 부장판사)는 18일 오후 2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황성찬 전 경찰청 보안국장과 김성근 전 정보국장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들에게 각각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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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황 전 국장은 재직 당시 일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돼 면소 처분받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정용선 전 경찰청 정보심의관과 정철수 전 대변인에게는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김재원 전 대변인은 선고를 유예받았다.
법원은 황 전 국장 등의 범행이 직권을 남용해 정보경찰 등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련 경찰법 및 소속기관 직제 등에 의하면 경찰청이 서울청과 협조해 정책 관련 이슈에 댓글을 작성하도록 한 행위는 직무 권한에 속한다"며 "또 경찰청 직제와 사무분장규칙 등을 보면 정보경찰 및 보안경찰 등에게 한 댓글 지시는 헌법에 반하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고 보여진다"고 판시했다.
특히 직권 남용 부분에 대해 "헌법은 국민이 선거를 통해 대표자를 뽑는 대의민주주의하에서 국민 의사 형성 과정과 국가 의사 형성 과정을 구분하고 있다"며 "국민의 의사 형성은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보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기관이 개입해 특정 이익을 위해 국민 여론 형성 과정을 왜곡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며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참여의 기회를 제한하고 자유로운 국민 의사 형성이 불가능하게 조작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를 경시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전체주의국가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국가가 헌법적 한계를 넘어 부당한 개입으로 대의민주주의에서의 자유로운 국민 의사 형성이란 헌법적 가치를 반한 것으로 명백한 위헌이다"고 비판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전체 범행은 헌법 원리를 위반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상명하복의 경찰 조직 체계에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지시를 받고 이뤄진 점, 국가정보원 등 다른 기관의 댓글 조작 사건과의 비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황 전 국장과 김 전 국장은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0년 서울청 정보부장과 정보1과장으로 일하며 100여명의 정보 경찰로 구성된 인터넷 댓글 전담팀인 '스폴'(Seoul Police Opinion Leader·SPOL)을 만들고 댓글 대응 결과를 수시로 보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조 전 청장의 지시에 따라 정부와 경찰에 우호적인 글 수만여건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등 댓글 여론공작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댓글 작성 지시를 받은 경찰관들은 신분을 숨긴 채 온라인상에서 천안함 사건, 연평도 포격, 구제역, 김정일 사망, 유성기업 노동조합 파업, 반값 등록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제주 강정마을 사태 등 이슈에 대해 정부 우호적인 내용의 댓글을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 같은 경찰 댓글 공작을 총지휘한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청장은 지난 14일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시위와 관련해 온라인 여론공작을 벌인 서천호 전 국가정보원 2차장(당시 부산지방경찰청장)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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