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금융권 대출가능 금액 3천억원 안팎…규제 여파로 축소
금융당국 '예외 허용' 여부 관건…"LTV 55~60% 이주비 마련목표"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재건축조합이 이주비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12·16대책)이 발표된 후 부동산 대출 규제가 한층 엄격해진 탓이다.
27일 한남하이츠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조합은 12·16대책 실시로 이주비를 위해 제1금융권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한도가 2000억~3000억원으로 줄었다. 전체 조합원이 이주하는 데 필요한 금액이 약 5000억원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절반 수준인 것.
[서울=뉴스핌] 김지유 기자 = 서울 성동구 옥수동 '한남하이츠' 단지 내 모습. 2020.01.15 kimjiyu@newspim.com |
이주비란 정비사업으로 철거되는 주택 소유주에게 지급되는 금액이며 관리처분시 최종 결정된다. 12·16대책 전에는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가 적용됐다. 예컨대 서울에 20억원어치 주택을 가진 사람은 최대 8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했다.
하지만 12·16대책 실시로 대출가능 규모는 큰 폭 줄어들었다. 정부가 투기적 대출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 LTV 규제를 한층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9억원 초과~15억원 이하 주택은 LTV가 종전 40%에서 20%로 줄어들고, 15억원 초과 주택은 LTV 0%가 적용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집단대출에서도 시가 15억원이 넘는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예컨대 20억원짜리 아파트를 갖고 있으면 9억원까지는 대출이 40%(3억6000만원), 9억원 초과~15억원 미만까지는 대출이 20%(1억2000만원) 나온다. 이로써 총 대출가능 금액은 4억8000만원이 된다. 종전 8억원에 비하면 40% 감소한 액수다.
한남하이츠 아파트의 전용면적별 매매가격대는 ▲88㎡ 14억3000만원 ▲101㎡ 14억5000만원 ▲149㎡ 19억2000만원 ▲177㎡ 25억5000만원이다. 전용면적별 가구 수는 ▲88㎡ 137가구 ▲101㎡ 112가구 ▲149㎡ 154가구 ▲177㎡ 132가구다.
시가 15억원이 넘는 가구 수가 총 286가구로 15억원 미만 가구(249가구)보다 많다. 사업장에서 이주비 대출이 어려워져 이주를 제때 하지 못하면 사업지연 가능성이 커지고, 금전적 손실도 막대해질 수 있다.
다만 12·16대책에는 예외조항이 있다. 1주택 세대인 재개발·재건축 조합원이 사업추진(조합설립인가) 전까지 일정 기간(1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를 비롯해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되면 예외가 허용된다는 것. 한남하이츠 재건축조합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시점은 지난 2018년 5월 18일이다.
하지만 그 '예외' 사항에 대해 정부가 유권해석을 안 내려준다는 게 조합 측 설명이다. 조합설립인가 전까지 1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에게 12·16대책 이전 기준으로 LTV 40%가 적용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대책 후 기준으로 시가 9억원·15억원 구간을 나눠서 대출이 차등적으로 나온다는 뜻인지 모호하다는 것.
앞서 금융위원회는 작년 12월 16일 이전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된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을 '시가 15억 초과' 대출규제에서 제외하는 예외를 적용했다. 이주·철거가 거의 막바지 단계에 있거나 내년 중 일반분양을 준비 중인 사업장에서 '시가 15억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 금지' 대출 규제를 보완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한남하이츠 재건축조합도 예외 대상에 포함하는 절충안을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금융위원회에 관련 답변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박호성 한남하이츠 재건축 조합장은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하기 전 수준이었던 LTV 60%나 그게 안 되면 55%라도 조합원들에게 이주비를 마련해주는 것이 목표"라며 "조합원 대다수가 상식선에서 이주할 수 있는 수준의 이주비 대책을 꼭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대단지인 한남하이츠는 강북권 '알짜' 사업장으로 꼽혀왔다. 지난 1982년 지어졌으며 현재 8개 동, 총 535가구 규모다. 조합은 지난달 20일 공동사업시행 건설업자로 GS건설을 선정했다. 재건축이 끝나면 지하 6층~지상 최고 20층, 10개 동, 총 790가구로 탈바꿈한다. 공사비는 3400억원 규모다.
조합은 연내 사업시행인가를 마치고 관리처분 총회까지 개최해 이주 직전까지 마무리 할 계획이다. 이어 내년 말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25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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