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p 인하 주장한 위원 "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이달 초 열린 임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같은 극단적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기준금리 '빅컷'을 주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0.50%p 금리 인하를 주장한 일부 위원은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를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0.25%p 인하를 주장한 임지원 위원은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신중히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0.01.17 mironj19@newspim.com |
31일 한국은행은 지난 16일 열린 제6차 금통위 의사록을 공개했다. 당시 금통위는 일정에 없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깜짝' 1%p 금리인하 이후 임시 회의를 개최해 기준금리를 0.50%p 내린 역대 최저 수준인 0.75%로 내렸다.
의사록에 따르면 0.50%p 인하를 주장한 A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같이 금융시스템의 안정까지 저해되는 극단적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이러한 상황인식이 오늘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개최한 이유"라고 말했다.
A위원은 "금리인하로 실물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부양효과가 기대된다"면서도 "주택시장으로의 자금쏠림 현상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과 같은 금융안정 측면에서의 저금리 부작용이 더 커질 소지도 있다"고 판단했다.
B위원은 과감한 통화정책 필요성을 강조하며 빅컷을 주장했다. B위원은 "올해 성장과 물가 경로의 대폭 하락에 대비하고, 단기적으로는 모든 경제주체의 유동성 위험 상승에 적극 대처해야 할 상황"이라며 "취약부분에 대한 유동성 지원 확충을 넘어서 과감한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C위원은 "현재 우리에게 중요한 금융안정 책무는 금융시장의 안정"이라며 "실물경제에 대한 하방리스크에 대응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비교적 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도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D위원은 "미시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재정 당국과 함께 거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통화 당국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역시 0.50%p 금리인하를 주장했다. D위원은 "금리인하가 소비투자 활성화시키진 못하더라도 총수요 측면을 통한 경기 급락의 악순환을 완충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위원도 "생산자본과 노동력의 영구적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준금리를 현재의 1.25%에서 0.75%로 0.50%p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소수의견으로 임지원 위원은 25bp 인하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임 위원은 "전통적 통화정책의 여력을 급격히 소진하기보다는 대내외 금융·경제 환경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정책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공격적 금리 인하로 비기축 통화국에서의 정책 신축성이 높아지긴 했으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크고 신용경계감이 높아지고 있음을 유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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