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급 회사채 수요예측서 +85bp 신청 들어와
한화건설, 50원 가까이 내려...현대로템 390원↓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의 각종 금융시장 안정 조치에도 회사채 시장의 자금경색이 풀리지 않고 있다. 우량채의 발행금리가 비이상적으로 높고(금리상승=가격하락) 비우량채의 시장 유통가격도 가파른 하락세다.
21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화솔루션(AA-)은 3년만기 회사채 2100억원을 발행키로 하고, 지난 13일 잠재적 투자대상자를 상대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조사결과 투자자들의 매수 주문이 800억원만 들어와 발행예정규모에 훨씬 미달했다. 수요예측에서 민간평가사(민평)가 정한 개별 수익률보다 85bp 높은 금리 신청도 들어왔다. 결국 발행금리는 민간평가사가 정한 개별 금리보다 60bp 높은 2.379%로 정해졌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인턴기자 = 서울 중구 한국은행. 2019.03.29 alwaysame@newspim.com |
지난 13일 롯데칠성음료(AA0)도 당초 예상발행 규모인 1500억원 보다 많은 3200억원 매수주문을 받았다. 주문량만 보면 수요예측 흥행이지만 조달금리를 보면 발행사 입장에서 불리하다. 롯데칠성음료의 3년만기물 확정금리는 2.082%로 개별 민평 수익률보다 36bp 더 높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전엔 'AA' 등급 회사채 발행시 민평 수익률 대비 가산 스프레드가 40bp면 높았다. 그러나 지금은 '안정적' 등급전망을 받은 롯데칠성음료도 36bp의 높은 가산스프레드를 준다"고 평가했다.
SK증권에 따르면 이달 진행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대부분 'AA'급의 우량 회사채였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확정금리는 민평 수익률 대비 +20~60bp 수준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 지원에서 제외된 하위등급의 사정은 더 어렵다. 채권안정펀드와 한국은행의 회사채 담보 대출제도 모두 'AA-'를 등급하한으로 두고 있다.
싱글에이(A) 등급을 발행시장에서 보기 힘든 것은 물론, 유통시장에서도 약세다. 한화건설100(A-)은 지난 20일 전거래일비 49원이 급락하며 9900.1원 최저가를 찍었다. 월초와 비교하면 약 100원이 떨어진 셈이다. 동일등급인 롯데손해보험5(후)도 전거래일비 64원 하락한 9982원을 기록했다.
'BBB+' 등급 가격낙폭은 더 크다. 현대로템29-2 최근 거래가격은 9600원으로 전거래일보다 390원 떨어졌다.
이에 당국 조치가 투자심리를 안정시키는데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규모 지원책이 발표됐지만 지원대상을 우량채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AA-'급 회사채 대상으로 20조원 규모의 채안펀드를 가동하겠다고 한데 이어, 한은도 지난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AA-'급 이상 우량회사채를 담보로 증권사 대상 대출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등급 하한 뿐 아니라 대출금리도 문제다. 시중은행이나 한국증권금융에 회사채를 맡기고 RP매도하는 수수료는 0.8%수준이다. 그런데 한은이 제시한 대출금리인 통안채 6개월+85bp는 1.5%로 두 배에 달한다. 회사채 금리가 폭등해 RP매매가 어려워질 경우 증권사들이 제도를 이용할 수 있지만, 평상시엔 결코 증권사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비은행기관이 현재 자금이 부족해서 대출을 받는 상황인데, 회사채를 산다는 것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한은의 대출제도가 회사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최후수단으로 한은이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는 안이 거론된다. 한은 단독으로 어렵기 때문에 정부 보증이 필수적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9일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회사채 매입과 관련해 "정부보증 하에 특수목적법인을 통해서 설립하는 것은 상당히 효과가 크다"고 밝히면서도 "법적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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