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대규모 마진콜 사태 이후 필요성 제기
업계 관계자들 "정량적 규제 카드 효과 의문"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글로벌 증시 조정으로 헤지 손실 우려가 커졌던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확산되며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사들의 과도한 ELS 발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게 핵심이지만, 업계에서는 예상치 못한 이슈에 따른 단기조정을 마치 무분별한 투자에 따른 리스크 확대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ELS시장 리스크 방지대책의 일환으로 증권사별 발행액 한도를 정하는 총량제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해명자료를 통해 "ELS시장 건전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지난 2~3월 증시 대조정 이후 국내 ELS 발행시장을 면밀히 들여다보는 중이다.
당장 3월부터 매월 은행권 주가연계신탁(ELT) 판매량 점검에 돌입하면서, 공모형 ELS 신탁의 판매 총량을 34조원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ELS 자체헤지 북(Book)을 운용하는 증권사들의 1분기 헤지 손실 규모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ELS 리스크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은 최근 글로벌 증시 하락으로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받지 못하거나 원금손실 한계선에 진입해 투자 손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실 ELS는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국내 자본시장에서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발생했음에도 ELS·DLS 발행액이 129조원으로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고, ELS 발행액 또한 99조9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찾아온 글로벌 증시 동반 하락은 ELS에 대한 투자심리를 극도로 위축시켰다. 전문가들은 기초자산 편입 비중이 높은 유로 스톡스(EURO STOXX)50지수,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 홍콩H지수가 일제히 빠지면서 투자손실 우려가 커졌고, 증권사들은 헤지비용 증가 및 대규모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입통지) 사태로 유동성 부담이 가중되면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 전체 잔고 50조원 가운데 2월말 글로벌 증시 조정으로 요청된 마진콜 규모는 약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이후 지수가 급반등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당시 금리와 환율 상승으로 증권사들의 유동성 우려가 불거졌던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연도별 ELS·DLS 발행 규모 추이 [자료=한국예탁결제원] |
하지만 업계는 ELS 관련 규제 확대에 따른 반대급부에 대해서도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헤지 자산에서 외화 비중을 높이는 것은 필요하다 하더라도, 단순히 손실 리스크를 제한하기 위한 정량적 규제 카드는 시장 위축과 투자자 선택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전체 시장 파이를 한정하게 되면 새로운 상품 개발은 물론 기존에 좋은 평가를 받았던 상품들도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며 "지나치게 투자 위험도가 높은 상품의 판매를 제한하거나 자기자본 대비 자체헤지 비중을 낮추면 되는데 굳이 발행액 총량제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지수가 높을 때 발행한 ELS의 운용손실을 줄이려면 지수가 낮은 시점에 신규 발행을 늘려 리스크 관리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며 "은행권 ELS 판매 규제가 사실상 제한된 상황에서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또 다른 유동성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했다.
대신 헤지자산에서 외화 비중을 늘리는 것은 현 시점에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원화 비중이 높았던 증권사들이 해외 거래소에 납부해야 하는 증거금 마련을 위해 외화를 사들이며 국내 단기자금 시장 및 외환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던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김영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증거금 납입에 따른 유동성 위기는 향후에도 재발할 수 있는 문제"라며 "자금 조달구조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장기성 차입금 및 외화차입금, 외화 크레딧 라인(Credit-line)의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내다봤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