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에 일부 증권사는 적자 전환
2분기 이후 ELS 운용손실 만회·수수료수익 증가 예상
"실적 변동성 여전...투자 매력은 제한적" 신중론도
[서울=뉴스핌] 김민수 기자 = 지난해까지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국내 증권사들이 1분기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일부 증권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적 감소세가 마무리되고 2분기 이익회복 기조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시장 변동성은 여전하지만 급락하던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되찾는 등 증시여건이 점차 개선되는 중이고, 신용위험 수위도 완화되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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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 한화투자증권, 교보증권이 1분기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이익 규모가 80~90% 급감하며 가까스로 플러스(+) 수익을 지켜냈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들이 실망스러운 성과를 거둔 것은 글로벌 증시 조정으로 트레이딩 부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가 3월 이후 전세계로 확산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판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이후 공포심리가 시장을 뒤흔들었고,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폭락장이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유로 스톡스(EURO STOXX)50지수,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 일본 닛케이(NIKKEI)225지수 등 글로벌 주요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마진콜 우려가 불거졌고, 결국 자체 헤지를 위해 매수한 주가지수 풋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난 1분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좌절과 충격의 연속"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실적 부진은 어느 정도 예상됐으나, 상품 구조 특성상 손실 폭이 예상치를 상회하는 경우가 많아 막판까지 수익 관리에 애를 먹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최근 몇 년 새 새로운 캐시카우(Cash-cow)로 떠오른 IB부문에서의 성장세가 정체된 것 역시 부담으로 작용했다. 증시 환경 악화에 따른 주식자본시장(ECM) 발행량 감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신용공여 등 관련 영업 전반이 급격하게 위축되며 기대수익이 연초 대비 낮아졌다는 평가다.
반면 2분기에는 1분기 부진을 일부 만회하고 트레이딩 부문을 중심으로 수익 개선 기조가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글로벌 증시 반등으로 실적 감소의 결정적 요인이 됐던 운용이익 악화 리스크가 충분히 해소된 만큼 빠른 회복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증시 여건 개선추세를 감안할 때 2분기 이후로는 운용이익의 회복 가능성이 높다"며 "거래대금 증가가 이어지고 있고, 수익기여도가 높은 해외주식 거래비중 또한 확대되고 있어 수수료수익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부동산PF 관련 규제가 당초 우려보다 완화된 것도 추가적인 수익성 훼손 우려를 씻어낼 수 있는 호재라고 진단했다. 지난 11일 금융위원회는 증권사들의 부동산 관련 익스포져 관련 '금융투자업규정 규정변경예고'를 발표하면서 작년 12월 발표 내용보다 완화된 건전성 규제안을 제시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채무보증 금액 반여비율을 부동산 종류별로 차등화하고, 부동산 관련 신용공여를 국내 주거시설 관련 대출로 차감 대상으로 한정하는 등 세부 규제안이 기존 대비 완화되면서 관련 우려가 축소될 전망"이라며 "추가적인 PF 익스포져 확대는 부담스럽더라도 큰 폭의 수익성 훼손 우려는 일부 해소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금융환경이 급변하고 이에 따른 변동성 장세가 언제든지 재현될 수 있는 만큼 단기간 드라마틱한 반등이나 주가 상승을 예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올해 금융환경 급변이 예상되므로 증권사들에 대한 전반적인 실적추정치를 하향조정한다"며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주의 투자 매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mkim0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