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 3월부터 H지수 연계 신규판매 중단
"홍콩 관련 투자상품 규모 더욱 줄어들 수 있어"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주요 시중은행들이 홍콩 우려 확대에 따라 관련 금융상품을 대거 축소하고 있다. 홍콩항셍지수와 연계된 주가지수연계상품(ELT) 및 주가지수연계펀드(ELF) 신규 판매도 중단한 상태다.
30일 은행권 관계자들은 홍콩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관련 파생상품 리스크도 점차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콩 H지수 변동폭이 커질 수 있는데다, 홍콩달러 등 통화가치 하락에 따른 추가손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홍콩 시민들이 중국 정부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2020.05.24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미 주요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 변동성 우려를 반영해 H지수와 연계된 ELT와 ELF 신규 판매를 하지 않고 있다. 신한은행은 홍콩지수와 연계된 ELF는 지난해 9월부터, ELT는 올해 3월부터 출시를 중단했다. 그 외 은행들도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까지 판매를 줄이다가 지금은 모두 멈춘 상태다.
홍콩 관련 펀드의 경우 주요 은행별로 수 십 개씩을 판매하고 있다. 각 은행별 홍콩 펀드 판매 잔액은 수 백억원 정도로, 전체 펀드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고객 손실을 방지하기 위한 사전안내 작업 등을 더욱 철저히 하는 추세다.
한 시중은행은 최근 "홍콩 관련 상품을 구입할 경우 더욱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을 지점에 전달했다. 국민은행도 홍콩 파생상품 영향에 대해 정리한 시황자료를 지점에 제공하면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 은행 PB는 "최근 DLS, 라임펀드 사태 등을 겪으면서 은행에서 상품권유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어떤 추가조치를 내놓을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홍콩 상품 잔액은 당분간 더욱 줄어들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글로벌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지위가 이미 예전과 많이 달라진 만큼, 투자자들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0년간 홍콩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줄어든데다, 미중 무역분쟁과 홍콩 시위 등을 겪으면서 홍콩의 투자 매력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사업 철수 등이 늘어나면서 위안화 수요도 줄어드는 추세인데, 앞으로 홍콩의 역할이 점차 싱가포르, 중국 등으로 옮겨갈 경우 관련 금융투자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중국은 테러·국가전복 등을 처벌하기 위한 기구를 홍콩에 설치하는 내용의 홍콩보안법을 통과시켰다. 미국은 이에 반발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했고, 앞으로 관세·투자·무역 등 다방면에서 특혜를 축소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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