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영남 300만표 책임지겠다" 지역 한계 극복 나선다
'책임 당대표' 꺼내든 김부겸…홍영표·우원식 표심 겨냥
[서울=뉴스핌] 이지현 기자 =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29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이낙연 대세론'이 여전히 당 내에서 존재하는 가운데 김 전 의원이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전 의원은 9일 출마 선언에서 "당 대표가 되면 대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배수진을 쳤다. 또 '책임 당대표'를 통해 차기 대선을 승리로 이끄는 당 대표가 되겠다며 경쟁 상대인 이낙연 의원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김부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당 대표 후보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0.07.09 kilroy023@newspim.com |
◆"대선에서 영남 300만표 책임지겠다"…호남 출신 이낙연과 차별화
김 의원은 민주당 내 흔치 않은 영남 출신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을 지역구로 뒀었다.
김 전 의원이 영남 출신인 점은 양날의 검이다. 일단 민주당 내 영남 세력이 많이 약해졌다. 특히 이번 총선을 거치면서 민주당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단 한 명의 의원도 배출해내지 못했다.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 국회의원을 합쳐도 7명에 그친다. 김 전 의원으로서도 지역 조직을 동원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2022년 대선이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는 김 전 의원이 영남 출신인 점은 이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인 이낙연 의원이 호남 출신으로, 대선에서 지역적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전 의원이 이를 보완해줄 수 있다.
김 전 의원도 이를 겨냥해 "제가 당 대표가 돼 잘할 수 있는 부분은 우리 취약 지역인 영남에서 우리 당 어떤 대선후보가 나오더라도 40%를 득표할 수 있는 기반을 닦아내는 것"이라며 "아시다시피 대선은 전국적으로 진영 대 진영으로 가기 때문에 어느 지역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지역적인 조직 규모 자체는 호남이 월등히 높아 이 의원에게 유리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대선까지 바라본다면 호남에 국한되기 보다 영남 출신인 김 전 의원이 더 유리할 수 있다. 김 전 의원이 의외로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최상수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부겸 전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고 당 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0.07.09 kilroy023@newspim.com |
◆홍영표·우원식 뒤 이어 '책임 당대표' 꺼내든 김부겸
김 전 의원이 상황을 반전 시키려면 홍영표·우원식 의원을 향했던 친문·친노 계열의 표심도 필요하다.
두 의원은 앞서 이번 8·29 전당대회가 대선 전초전으로 흘러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었다. 2년 임기를 충실히 채울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의원 모두 최근 '당권경쟁 격화를 막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의원은 이에 본인이 당 대표에 당선되면 차기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했다.
김 전 의원은 "2년 당대표 임기를 채워서 4번의 선거를 제대로 준비해 정권을 재창출 하는 대표가 되겠다"고 밝혔다. 내년 4월 재·보궐 선거와 9월 대선 후보 경선, 2022년 대선과 6월 지방선거까지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그는 "대선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는 당 대표, 무엇보다 선거 승리를 책임질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임 당대표' 카드도 꺼내들었다. 그는 "꽃가마를 타는 당 대표가 아니라, 땀 흘려 노 젓는 '책임 당 대표'가 되겠다"며 "우리 당의 대선 후보를 김부겸이 저어갈 배에 태워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아직 홍 의원과 우 의원 측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은 채 신중한 모습을 취하고 있다. 다만 당내 친문인사인 최인호 의원이 이낙연 의원의 선거를 돕고 있고, 동교동계 인사인 설훈 의원 역시 이 의원 지지 의사를 표했다. 두 사람은 이 의원의 출마 선언장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김 전 의원의 이날 출마 선언식에는 의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이전 같으면 친문의 표심이 어디로 가느냐가 중요했겠지만, 요즘은 꼭 친문이라고 해서 한 사람을 밀어주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특히 초선 의원들이 많아지면서 계파 자체가 많이 흐려졌기 때문에 꼭 이 의원을 무조건 지지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