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서 휴대폰 보다…"시장 온다" 닦은데 또 닦고
시장 가는 곳 마다 10여명 줄지어…장소 바꿔가며 사진 촬영
공무원 "밤낮은 물론, 주말까지 코로나19 점검하는데" 하소연
방역 관계자 "바이러스 확인도 안되는데 소독, 효과 없다"
[고양=뉴스핌] 이경환 기자 = "시장 갔으니까 우리도 빠집시다. 오랜만에 만났는네 차라도 한잔 하고 가시죠"
25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역에 일제방역에 나선 한 직능단체 회원이 던진 말이다.
고양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일제 방역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일제방역에는 고양시청과 3개 구청·39개동 공직자, 직능단체, 자원봉사자, 상인회, 기독교 연합회 등 1951명이 참여했다고 시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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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뉴스핌] 이형석 기자 = 이재준 고양시장이 25일 오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역 인근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날 고양시는 시내 광장과 버스정류장, 공원 등 다중이용시설을 집중 소독했다. 2020.08.25 leehs@newspim.com |
이재준 고양시장은 일산동구 마두역 출구와 버스 정류장 등을 돌며 소독에 나섰다. 고양시 간부 공무원과 직능단체 회원 등 10여명이 줄지어 이 시장을 따라 다니며 방역을 도왔다.
특히 이 시장이 가는 곳에는 언론사와 고양시 홍보를 위한 카메라가 함께 했다.
일부 방역에 나선 참가자들은 그늘에 서 있거나 자신의 휴대폰을 보다가 이 시장이 근처에 오면 "시장 온다"고 주변에 알린 뒤 걸레로 손잡이 등을 닦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또 오랜 만에 만난 회원들 간에 반갑다며 서로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하는 장면도 눈에 띄었다.
30여분 간 일제방역과 사진촬영을 마친 이 시장이 참석자들과 악수를 나눈 뒤 자리를 떠나자 참가자들은 서로 눈치를 보며 하나 둘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정부는 모임을 자제하라고 하고 고양시도 주민자치위, 통장 회의도 모두 취소시켰다"며 "그런데 느닷 없이 방역을 하겠다고 모이라고 하니 좀 황당하면서도 인원이 너무 안모여 어쩔 수 없이 나오기는 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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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방역을 마치고 모여 있는 고양시 참가자들. 2020.08.25 lkh@newspim.com |
익명을 원한 한 공무원은 "휴가자로 인해 결원도 있고 밤낮은 물론, 주말까지 코로나19 점검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인데 각 동 별로 직원들을 동원해서 보여주기 식 방역을 하는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며 "시장이 강조하는 효과적인 방역이라면 왜 정부는 온 국민을 동원해서 일제방역을 당장 시행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방역업계 한 관계자는 "확진자가 발생해 지나간 동선을 따라 하는 소독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바이러스가 묻어 있는 지도 모르는 곳을 소독하는 것은 퍼포먼스 정도 밖에 안된다"며 "전문가들도 이런 방역활동이 소독 효과가 없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날 "이번 주가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결정할 중대 고비"라며 "불필요한 모임이나 약속 등 사람 간 접촉을 자제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엄중하고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개인 방역이 중요한 만큼 경각심과 소독 차원에서 일제방역을 실시했다"며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을 준수하면서 실시했던 만큼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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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방역에 나선 이재준 고양시장[사진=고양시] 2020.08.25 lkh@newspi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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