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특수상해 해당 안돼"…징역 13년→징역 10년 감형
대법 "신체 훼손·생리적 기능 장애 초래…상해에 해당"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구체적인 폭행이 없더라도 위협 행위로 인해 피해자에게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상처를 입혔다면 특수상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8월 20일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을 열고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재판부는 "상해는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폭행이 없어도 일상생활 중 통상 발생할 수 있는 상처와 같은 정도임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한 정도를 넘는 상처가 폭행에 의해 생긴 경우라면 상해에 해당한다"며 "피해자가 입은 상처는 자연적으로 치유돼 일상생활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상해로서 상해죄에 해당한다"며 "원심은 상해죄의 상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원심에서 무죄가 된 피고인의 특수상해 혐의가 유죄로 성립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인체에 피해를 입혔다면 상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고, 특수상해죄가 적용될 경우 가중 처벌된다. 원심은 피고인의 특수상해 혐의에 대해 형량이 낮은 특수폭행죄만 유죄로 인정했다.
특수폭행죄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고 사람의 신체에 폭행을 가함으로써 성립하는 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반면 상해죄는 피해자의 신체에 상처를 입힌 경우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이때 상해의 정도가 피해자의 인생에 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거나 깊고 중대할 경우 특수상해죄로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대법은 "유죄 부분 중 특수폭행 부분은 파기된 특수상해와 일죄의 관계에 있고, 나머지 유죄 부분은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결국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모두 파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에 따르면 A 씨는 2010년 10월경 강제추행한 사실을 들켜 부모님에게 꾸중을 들었다는 이유로 가족과 살고 있던 아파트 부엌에서 "더 이상 부모님에게 말하면 죽여버리겠다"고 말하며 동생의 왼쪽 목 부위에 식칼을 들이댔다. 동생은 약 7㎝ 정도 길이의 핏방울이 맺히는 목 부위 자상을 당했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1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이 피해자 목에 식칼을 갖다 대고 누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상해로 보기 어렵다며 축소 사실인 특수폭행죄만을 인정해 징역 10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은 원심이 상해죄의 상해에 관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돌려보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