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대출 전월比 5.7조↑..."9월에는 상여금 효과로 둔화 예상"
대기업 대출 감소전환했지만 중소기업은 역대 최대폭 증가
[서울=뉴스핌] 백지현 기자 = 가계대출이 한달만에 12조원 가까이 증가하며 사상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부동산, 주식 등 자산 투자시장에 뛰어드는 일명 '빚투'(빚내어 투자) 사례가 늘면서 신용대출이 큰 폭 확대된 것이다. 특히 8월에는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1차 긴급재난지원금 종료에 따른 자금 수요가 맞물리며 가계대출을 키웠다.
기업 대출 역시 증가세를 이어갔다. 대기업은 감소전환한 반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은 여전히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대출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료=한국은행] |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이 11조7000억원 증가한 948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8월 기준 2004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대출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전월대비 6조1000억원 늘었다. 은행 전세자금대출 증가폭은 8월 3조4000억원으로 전월비 7000억원 확대됐으며, 전년동기와 비교해서도 8000억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수도권 주택 매매 전세 거래가 늘면서 시차를 두고 대출 시행으로 이어진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며 "버팀목 전세자금대출 일부가 은행재원으로 취급된 점 등이 증가세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지난 3월 4000건에서 6, 7월에는 각각 1만건을 상회했다. 전세거래량 역시 5월부터 1만건을 넘고 있다.
주택거래와 관련된 일부 자금이 신용대출을 통해 조달됨에 따라 기타대출도 대폭 늘었다. 기타대출은 지난달 보다 5조7000억원 증가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대폭을 나타냈다.
아울러 주식투자 자금과 생활자금 수요도 가세해 신용대출을 끌어올렸다. 지난 8월 카카오게임즈 일반 공모청약에서 58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면서 사상 최대 청약 증거금 기록을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여유자금을 활용했을 뿐 아니라 대출을 받아 투자한 사례도 상당수일 것으로 보고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청약을 위한 증거금 납입을 위한 수요와 상장주식을 매입하기 위한 증시자금 유입이 증가했다. 더불어 8월엔 여름 휴가철이어서 가계의 자금수요가 높은데다가 재난지원금 효과가 소멸되면서 생활자금 수요가 확대됐다"고 전했다.
오는 9월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시장요인뿐 아니라 생계자금과 주식자금에 따른 수요도 있어 예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9월에는 추석이 있어서 상여금이 유입되서 8월보다는 증가세가 둔화되지 않을까 한다"고 예측했다.
8월 중 기업대출은 증가규모가 지난달 8조4000억원에서 5조9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이는 대기업대출이 대기업 대출이 운전자금 및 유동성 확보 수요 둔화로 감소 전환한데 기인한다.
또한 자금조달시장 상황이 개선되면서 기업들의 대출 의존도를 낮추는데 기여했다. 8월중 회사채는 1조원 순발행되며 계절적 요인으로 발행물량이 줄었지만 순발행 추세를 이어갔다.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여전히 증가세를 이어갔다. 중소법인 개인사업자의 대출수요와 정부의 금융지원이 지속된 영향이다. 중소기업대출은 전월대비 6조1000억원 증가했는데, 8월만 놓고 보았을 때 2009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폭을 증가한 셈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운전자금 수요가 높은 것으로 보이는데 시설자금도 증가폭이 작다고는 볼수는 없다. 다만, 시점이 지나 용도별 구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수신은 수시입출식 예금을 중심으로 증가 전환했다. 지난달에 비해 8조3000억원 증가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기업자금과 지방정부 교부금 유입등으로 지난달 -19조원에서 8월 +14조2000억원으로 전환됐다. 정기예금은 금리 하락 영향이 지속되면서 -7조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자산운용사 수신 증가폭은 7월 16조6000억원에서 8월 3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채권형 펀드는 법인자금 유입등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한편, 주식형펀드는 감소를 이어갔다. 머니마켓펀드(MMF) 역시 국고여유자금 회수 등으로 감소전환했다.
lovus2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