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는 그대로인데 학생은 뚝"...코로나19에 소규모 학원 직격탄
휴원·개원 반복에 경영 부담 가중…"10인 미만 학원 수업 허용해야"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작년에만 해도 평일 저녁 7시가 넘으면 학원에 학생들이 바글바글했는데, 이젠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조차 한 통 없네요."
수도권에서 작은 학원을 운영하는 A원장이 짧게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학생이 줄어든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학원 휴원까지 권고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고 학원에 집합금지를 내린 것. A원장은 "임대료에 관리비 때문에 부업을 알아보고 있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학원업계 피해도 커지고 있다. 특히 영세학원은 정부의 집합금지 방침에 따라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던 학원을 폐업할 위기에 놓였다. 학원 측은 교습 인원에 따라 운영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등 현실에 맞는 지원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의 강의실이 텅 비어있다. 수도권은 이날 0시부터 9월 6일 24시까지 독서실, 스터디카페, 학원 등에 대한 집합금지·제한이 적용된다. 2020.08.31 pangbin@newspim.com |
11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한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관내 학원 736곳이 폐업했다. 학원업계는 지난 8월 코로나19가 재확산된 뒤 폐업률이 최소 10% 이상 증가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자 지난달 31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결정하고 수도권 내 10인 이상 중소형 학원에도 집합금지 조치를 내렸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00명대 밑으로 떨어지지 않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연장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문제는 학원들이 코로나19 국내 발생 초기인 지난 2월부터 휴원과 개원을 반복했다는 점이다. 서울교육청은 지난 2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이나 이동한 지역 학원에 휴원을 적극 권고한 바 있다. 학원장들이 ㅅ개월 간 학원 운영을 정상적으로 못했다는 얘기다.
서울 양천구의 한 학원 원장 B씨는 "수백만원의 월세에 강사비까지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학원도 대출 받아서 차렸는데 대출 이자는커녕 생활비도 없어 현금 서비스를 받아야 할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 C씨도 "코로나로 수강생이 원래도 많이 없었는데 장기간 코로나가 이어지니까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간신히 유지하고 있었는데 폐업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학원업계는 정부가 생계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는 전날 제4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수도권 학원 등 집합금지업종에 대해선 200만원씩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학원업계는 정부가 소규모 학원 수업 허용 등 실질적인 생계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서울에서는 10~15% 더 많은 학원이 문을 닫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경기도도 피해가 심각하다"며 "영세학원의 경우 온라인 수업을 위한 기자재 구입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다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열악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10인 미만 학원이라도 수업을 하게 해줘야 한다"며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학원 교육자들을 위해 경제적 지원 대책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