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전 세계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추락하면서 은행들의 대규모 대출 손실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미국 경제 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애덤 슬레이터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과거 경기하강 시 은행들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손실이 막대했으며, 올해에도 그러한 추세가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뉴욕 맨해튼.[사진=로이터 뉴스핌] 2020.05.05 bernard0202@newspim.com |
그는 "최악의 경우 대출 손실에 의한 대손 상각 부담으로 은행들의 자본이 심각하게 잠식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은행 대출의 대손 상각 중 25~30%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이었다.
슬레이터 연구원은 이번 위기에는 미국과 호주뿐 아니라 한국과 홍콩 등 아시아 일부 지역의 위험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들 지역에서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증가율이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는데,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이미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고 특히 홍콩이 가장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7개 주요 시장에 기반해 집계하는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가격 지수는 전년 대비 6% 하락했다.
슬레이터 연구원은 "호텔 공실률은 높아지고 소매 유통 매장의 고객 방문 수는 급감했으며 재택근무로 상당수 사무실이 문을 닫거나 매우 적은 인원만 근무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임대 수익과 대출 상환 전망이 매우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채권 투자자들도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미국의 경우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된 자금의 절반 가량이 채권 발행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유럽과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도 비은행권을 통한 자금 조달 비율이 최근 수년 간 25% 이상으로 늘었다.
슬레이터 연구원은 "부동산 펀드의 경우 가격 하락 추세가 시작되면 투자자들이 급매 물결을 이뤄 가격 하락이 더욱 가속화되고 대출 손실은 더욱 커진다"고 경고했다.
다만 금융 위기 이후 각종 금융권 리스크 관리 개혁으로 인해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과 레버리지 비율이 10년 전에 비해 두 배 정도 늘어 대출 손실에 따른 부담을 흡수할 여력이 더욱 커졌다고 슬레이터 연구원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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