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서 고(故) 이기을 교수 항일 독립유공자 포상 의결
보훈처 "유공자 포상 기준 완화된 덕분…이 교수 포함 3인 포상"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한 차례 독립유공자 포상 심사에서 탈락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시아버지 고(故) 이기을 연세대 명예교수에 대해 정부가 최근 유공자 포상을 인정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지난 3일 이 교수의 독립유공자 포상 대상자 선정 관련 안건을 의결했다. 이 교수를 포함해 총 3명이 이번에 유공자 포상을 받게 됐다고 보훈처는 전했다.
[영종도=뉴스핌] 김학선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워싱턴으로 출국하고 있다. 2020.11.08 yooksa@newspim.com |
이기을 교수는 1923년 함경남도 북청군 출생으로, 일제강점기 시절 중앙고보에 재학하며 동급생 4명과 '5인 독서회'를 조직해 일제가 금서로 지정한 책을 몰래 읽으며 토론하는 활동을 했다.
그러다 1941년 독서회 활동이 일제에 발각, 체포돼 고문까지 당했다. 이것이 바로 '중앙고보 5인 독서회 사건'이다.
이후 기소유예로 석방된 뒤 학교에 다니다 일제의 강요로 학병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학병으로 근무한 이유는 이 교수의 아버지가 경찰서에 감금돼서라고 한다.
이 교수는 학병으로 근무하던 1945년 일본 규슈에서 해방을 맞았다. 이후 귀국해 학업을 이어가던 이 교수는 1955년 연희대(연세대) 경영학과 전임강사로 임용, 평생 교육자의 길을 걸었고 지난달 별세했다. 향년 97세다.
이 교수는 지난 1983년 독립유공자 포상 신청을 했지만 탈락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교수가 일본군 학병 이력이 있어 심사에서 탈락한 것'이라는 설이 있지만 보훈처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보훈처는 "1983년 최초 신청 당시 이 교수가 독립유공자 포상기준에 미달해 포상을 못 받은 것이지 일본군 학병이력으로 심사에 탈락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가 이번에 유공자로 인정을 받게 된 것은 지난 2018년 독립유공자 포상을 위한 최소 기준인 '3개월 이상 옥고' 부분이 '명백한 독립운동 사실 확인 시 최소 수형(옥고)'으로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보훈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생전에 1개월하고도 20여일간 옥고를 치렀다.
이에 강 장관의 남편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가 지난 4월 서울지방보훈청에 포상신청서를 대신 제출해 최근까지 심사가 진행됐다.
이로써 이 교수는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중앙고보 5인회 사건 동지 2명과 함께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게 됐다. 앞서 이 교수의 지도교사를 포함한 3명은 먼저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았다. 지도교사와 중앙고보 5인회 사건 관련자 모두가 독립유공자 포상을 받게 된 셈이다.
한편 이 교수의 유족은 오는 17일 순국선열의 날에 대통령 표창을 수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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