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피해자, 심신상실·항거불능 인정 어려워"
대법 "합리적 근거 없이 피해자 진술 배척해"
[서울=뉴스핌] 장현석 기자 = 만취 상태에 있던 미성년자를 간음해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던 군인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준강간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 씨의 상고심 선고기일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환송했다"고 6일 밝혔다.
대법원 [사진=뉴스핌 DB] |
재판부는 "피해자가 간음행위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상황을 일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의 진술이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가 모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는 이미 술에 취한 상태였고, 직전에 이뤄진 최모 씨의 간음행위로 인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음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당시 일을 잊고 싶어 묻어두려다 2017년 겨울 최 씨와 성모 씨로부터 페이스북 친구 신청이 왔고, 우울증 상담 치료를 받던 중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해 메시지를 보냈지만 잘못을 모르는 것 같아 고소하게 됐다고 진술했다"며 "피해자의 고소 경위에 특별히 의심할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대법은 "원심은 합리적인 근거 없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청소년 성 보호법 위반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김 씨는 2014년 7월 1일 새벽 2~3시 경기 양평읍 소재 이복누나의 집에서 최 씨, 성 씨 그리고 당시 고등학생이던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 같은 날 4시경 화장실에서 최 씨에게 준강간을 당해 알몸으로 쭈그려 앉아 있는 만취 상태의 피해자를 바닥에 눕혀 간음했다.
김 씨는 피해자와 합의 하에 성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1·2심은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원심은 간음행위 이후 김 씨와 피해자가 방에 들어가 누운 상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집으로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현관문 앞에서 키스한 점, 이후 피해자가 '어찌 됐든 당신은 말리지 않았고, 나는 원치 않는 성관계를 당한 성폭행 피해자가 되었네요' 등 문자를 보낸 점 등을 무죄의 근거로 들었다.
즉, 최 씨의 행위를 말리지 않은 김 씨를 책망할 뿐 그에게도 성폭행을 당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다.
대법은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kintakunte8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