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AI 활용한 자산관리 서비스
낮은 운용보수에 2030 투자자 '눈길'
"잠재 가능성 높고 고객 유입 더 늘 것"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지난해부터 개인 투자자가 크게 늘고 가운데 증권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를 차세대 먹거리로 보고 관련 상품 개발과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로보어드바이저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막대한 개발비용 등의 문제가 있어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고도화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관리해주는 온라인 자산관리 서비스다.
[캡쳐=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센터 홈페이지] |
미국에선 일찍이 지난 2010년 처음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이 개발돼 시장이 조성됐고,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여전히 투자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6년 들어 증권사들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출시했으나 관련 기술이 부족해 형식적인 차원에서만 운용되는 등 한계가 뚜렷했다. 하지만 이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도 조금씩 조성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각 증권사들이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사와의 협력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KB증권이 지난 5일 파운트투자자문과 함께 KB증권 공개 응용프로그램 개발환경(Open-API) 기반 비대면 투자일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했다. 파운트투자자문의 어플리케이션(어플)인 파운트는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개인의 투자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추천 및 자문해주는 서비스다.
NH투자증권도 지난해 11월 로보어드바이저 자문서비스인 'NH로보 EMP 자산배분'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실시간 인공지능 기반의 실물·심리 지표를 자동 수집하고 시장을 분석해 현재 시장 상황에서 유효한 주식·채권·대체투자 자산군의 비중을 먼저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특징 중 하나는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하던 프라이빗뱅킹 서비스를 로봇이 대신 해주면서 수수료가 비교적 낮다는 점이다. 그만큼 인건비가 절약된다. 전통적인 자산관리 서비스는 수수료 비율이 0.75~1.5% 안팎인데 반해 로보어드바이저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의 'NH로보 EMP 자산배분' 서비스의 자문보수는 연 0.5%다.
앞서 대신증권은 지난해 운용보수가 없는 '대신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국내외 ETF에 자산배분전략을 활용해 변동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인데 매매비용도 0.08~0.13%로 최저 수준에 가깝다.
여기에 기존의 프라이빗뱅킹 서비스를 받으려면 수천만 원이 있어야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단 몇 백만원으로도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개인 투자자가 부쩍 늘어나는 지금 로보어드바이저를 내세워 고객을 모을 수 있는 적기인 셈이다.
특히 20~30대의 젊은 투자자들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면서 향후 시장 성장에 대한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인공지능 자산관리 기업 '파운트'가 앱 출시 2년을 맞아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앱을 통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주요 고객층은 20~30대로 나타났다. 연령별 투자자 비중은 30대가 32.4%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28.9%로 뒤를 이었다. 20·30대가 전체 사용자의 60%를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로보어드바이저는 개발 비용 대비 효율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서비스였지만 지금은 장기적 관점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미국처럼 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잠재 가능성이 높고 정부에서도 빅데이터, AI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서비스의 품질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고객들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