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C, 10일(현지시간) LG엔솔과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판결
"SK 패소 시, 미국 경제·일자리 타격 우려"... '바이든 거부권' 가능성도
[서울=뉴스핌] 김준희 기자 = 결전의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현지 시간으로 10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 관한 최종판결을 내린다.
SK이노베이션이 패소했던 ITC 중간판결 결과를 고려할 때 판세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 기운 상황이다. 고공행진하던 SK이노베이션 주가도 연이틀 꺾이는 분위기다. 패소할 경우 배터리 제품의 미국 수출이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시장 우려에도 불구하고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내 공장 증설 계획을 차분하게 이행 중이다. 회사는 3조원을 투입해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배터리 1·2공장을 짓는다. 여기에 유럽 헝가리 3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하며 2025년 125GWh까지 연간 생산능력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 주가는 LG에너지솔루션 '승소'에 베팅... 최종판결 전 합의는 '사실상 결렬'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ITC 최종판결 전 합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지난해 2월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예비패소 판정을 내린 후 세 차례나 최종 판결일이 연기됐지만 양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최종판결이 있는 10일까지 이틀 가량이 남았지만 극적 타결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 증권사의 배터리 담당 연구원은 "ITC 최종판결 이전 합의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시장은 이미 예상했다"며 "합의금 규모도 시장에서 판단하고 추정하는 숫자가 의미 없다"고 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ITC에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인력 100여 명을 빼가면서 영업비밀까지 불법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측은 "영업비밀 범위가 분분명하고 수 년 간의 노력으로 자체적인 배터리 제조 기술을 확보해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며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지난해 2월 ITC는 예비판정을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줬다. SK이노베이션이 소송 과정에서 일부 문서를 삭제하면서, ITC는 이 문서가 영업비밀 침해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보안검사차 이뤄진 삭제'라며 불복 신청서를 제출했다.
통상 ITC의 예비판결은 최종 판결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SK이노베이션의 패소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에 두 회사의 주가도 엇갈린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최근 2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10% 가량 떨어졌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의 모회사인 LG화학 주가는 같은 기간 52주 신고가에 근접했다. 지난 5일 기준 외국인과 기관은 LG화학을 순매수한 반면, SK이노베이션에는 순매도로 대응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건설 중인 전기차배터리 공장. [제공=SK이노베이션] 2020.01.16 yunyun@newspim.com |
◆ SK이노, 조지아주 지역 투자 확대... '일자리·친환경' 노리는 바이든, SK 손 잡아줄까
ITC 최종판결 결과가 SK이노베이션에 불리하게 나올 경우 미국으로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등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1·2공장 가동에도 파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고객사인 포드와 폭스바겐 등에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내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온다. 국내 정치권에선 "양사가 싸우면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며 빠른 합의를 촉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공장 증설을 통해 바이든 정부에 우호적 신호를 보내온 만큼 '수입 금지'까지 확산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일(현지 시간) "SK그룹은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해 조지아주 역사상 가장 큰 규모(26억 달러, 약 3조원)의 외국인 투자를 하고 있다"며 "SK가 ITC에서 패소할 경우 포드의 픽업트럭과 테네시주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폭스바겐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했다.
WP는 그러면서 "만약 SK가 패소해도 바이든 대통령은 그 결정을 뒤집을 수 있다"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이 ITC 결정을 뒤집은 사례가 5건 있었으며, 가장 최근 사례는 오바마 정부 당시 삼성-애플 분쟁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거부권까지 거론되는 이유는 바이든 행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으며, 기후변화 과제 해결을 위해 전기차 육성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이 1·2공장 운영으로 창출한 일자리는 약 2600개로 추정된다. 또 지난해 말 지역 교육기관에 3만 달러(약 3360만원)를 기부하고, 의료기관에 코로나19 검진 지원을 위한 기부금을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공장 확대로 수혜를 입는 미국 조지아주와 테네시주의 일부 하원 의원들은 일찌감치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에 서한을 보내 합의 촉구에 나섰다. 의원들은 "두 회사 모두 미국 전역에서 경제 성장과 지역 일자리 창출 등에 크게 기여했다"며 "ITC에서 한 회사가 부정적 판결을 받으면 미국 경제와 공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zuni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