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보험원칙 보다 약관·설명 의무가 우선돼야"
보험원칙보다 설명의무 우선시, 보험업계 파장 커
삼성생명, 판결문 검토후 항소...1조 즉시연금 영향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생명보험사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청구 공동소송에서 삼성생명을 상대로 소비자가 승소했다.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 교보생명 소송에 이어 법원은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약관과 함께 설명의무를 중시하며 이 같이 결정했다.
보험사의 입지는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시연금 이외 다른 과거 상품도 보험금 산출방법 등을 약관에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약관을 문제 삼으면 보험사는 언제든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 삼성생명, 즉시연금 분쟁 최대 규모 패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이관용)는 21일 즉시연금 가입자 57명이 삼성생명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사진=삼성생명] |
삼성생명의 즉시연금 미지급금은 4300억원대로 약 1조원에 달하는 즉시연금 미지급 규모 중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이에 이번 판결은 보험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생명은 우선 판결문을 충분히 검토하고 향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이다.
즉시연금은 보험가입시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납입하고 가입 다음달부터 매월 연금을 받는 상품이다. 이 중 문제가 된 것은 상속형 상품이다. 상속형은 납입한 원금은 그대로 두고 매월 이자만 받는 구조의 상품이다.
가입자들은 '삼성생명이 약속한 월 연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했다'고 보고 소송했다. 보험사들이 만기에 지급할 환급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입시 차감하는 사업비 등 일정금액을 매달 지급하는 연금액에서 공제하고 지급하는데, 이 공제 금액을 약관에 기재하지 않고, 과소지급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삼성생명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 명시된 내용을 토대로 연금액을 지급했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산출방법서 역시 약관에 포함된 내용으로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산출방법서는 회사의 영업기밀이므로 이를 약관에 기재할 필요가 없었다고 대응했다.
◆ 쟁점은 '약관 해석' 범위
재판의 쟁점은 '약관에 대한 해석'이었다.
지금까지 법원은 약관 그 자체로 해석하기보다 보다 넓은 의미로 해석해온 편이다. 즉 보험원리에 맞는 것인가까지 포함해 약관을 해석해왔다. 약관에 연금액 산출방법을 명확히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보험원리에 따라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삼성생명] |
가령 지난 2017년 자살보험금 사태 때도 대법원은 약관을 해석할 때 명문화된 약관 그 자체를 해석하기보다 보험원칙에 맞게 포괄적 해석을 내렸다. 또 지난해 '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보암모) 이 모 대표의 경우도 비슷하다. 약관 문구와 함께 보험원리에 입각해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즉시연금의 경우 법원은 약관 그 자체와 함께 '설명의무'를 강조했다. 소비자가 이해할 수 없었고, 그 내용이 약관에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작성자불이익원칙'에 입각,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복잡한 상품 내용을 약관에 모두 담을 수는 없다"며 "약관과 설명의무를 보험원리보다 더 중시하면 보험산업은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항변했다. 이어 "결국 보험사들은 약관을 더 철저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보험약관 개선 로드맵'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0I0870948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