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경력자·청년에게 밀려 재취업 쉽지 않아
경력단절여성 조건 중 동종업종 제한 풀어야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죠. 항상 알맹이는 빠진 정책이 바로 경력단절 정책인 듯해요."
경력단절 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법 개정안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다. 당장 채용해서 업무를 맡겨야 하는 취업현장에서 경력 남성, 청년 등에 밀려난 경력단절여성 입장에서는 바뀌는 세법에 냉소를 보인다.
26일 정부가 발표한 '2021년 세법 개정안'에는 경력단절여성의 채용을 늘리기 위한 세제 완화 방안이 담겼다. 개정안에서는 경력단절여성 고용 기업의 세액공제 요건이 완화됐다. 중소·중견기업이 경력단절여성을 고용할 때 2년간 인건비의 30% 세액공제할 수 있는 대상 범위를 보다 넓혔다.
또 경력단절여성의 조속한 노동시장 복귀 지원을 위해 경력단절여성 세액공제 적용 시 경력단절로 인정되는 기간요건을 '3년 이상'에서 '2년 이상'으로 완화했다.
경력단절여성으로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고용하려는 기업 또는 해당 기업과 동일한 업종의 기업에서 1년 이상 근무한 후 결혼·임신·출산·육아 및 자녀교육의 사유로 퇴직해야 한다. 또 퇴직한 날부터 3년 이상 15년 미만의 기간이 지나야 하고, 해당 기업의 최대주주(대표자)나 특수관계인이 아닌 여성이어야 한다.
이번 세법 개정을 통해 퇴직한 뒤 곧바로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더 열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출산, 육아 등의 이유로 퇴사한 경력단절여성들의 재취업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 정책이 쏟아지고 있으나 본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비난이 이어진다. [사진=게이이미지뱅크] 2021.07.26 biggerthanseoul@newspim.com |
하지만 현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상당수 경력단절여성이 출산 후 재취업이 어려운 상태인데, 그 이유가 보육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육 때문에 출산 이후 재취업하는 것도 겉으로 보는 것과 딴판이라고 출산여성들은 입을 모은다.
한 경력단절여성은 "어린이집을 보내고 재취업을 위한 준비과정이나 추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지만, 외벌이가 되다보니 자유시간이 많지 않다"며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지만, 그 시간도 오롯이 집안일에 집중돼 별도 시간을 별도로 뺀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에 경력단절 여성보다도 남성 경력자, 청년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이성옥 대전·세종·충남 여성벤처협회 부회장(나무와 숲 대표)은 "상당수 기업이 경력단절여성을 채용하는 데 적용되는 정책을 활용하기보다는 청년을 지원하는 정책을 활용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더구나 요즘 대부분 업종들이 온라인 및 디지털로 전환되는 추세여서 경력단절 기간동안 디지털 능력이 현저하게 낮아진 경력단절여성들이 올라서기엔 문턱이 너무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교육을 더 많이 해준다고 해도 근본적으로 시간이 없다보니 보다 근본적인 정책을 보다 파격적으로 접근해 줘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경력단절여성이 되는 조건에 상당수 퇴직한 여성들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비난도 들린다. 진출하고자 하는 동종업계에서 퇴직한 뒤 재취업하는 경우를 조건으로 제한한 것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한 경력단절여성은 "동종업계에서는 이미 경력단절여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업종이 대부분"이라며 "진출할 수 있는 직종의 범위를 좀더 넓힐 뿐더러 여성이면 기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많이 내놓는 업종에 보다 많은 지원을 해줘야 그나마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경력단절여성에 대해서는 부처마다 분야별로 확장해 대책을 내놓고 시행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 미처 정책에 담기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 다양한 의견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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