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성폐질환으로 적출술 대신 방사선 치료→백혈병 발병
"업무상 질병-백혈병 복합 작용해 사망, 인과관계 인정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탄광에서 분진작업을 하다 얻은 폐질환 때문에 다른 질병에 대한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밖에 없었고 결국 백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 2018.02.13 leehs@newspim.com |
A씨는 1978년부터 1991년까지 광업소 직원으로 일하며 탄광에서 분진작업을 했고 이로 인해 2016년 만성폐쇄성폐질환 진단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전립선암과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치료를 받던 중 2017년 사망했다. A씨 유족은 "폐쇄성폐질환으로 인해 전립선암에 대해 방사선 치료를 받을 수 밖에 없었고 방사선 치료로 골수성백혈병이 발병해 사망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가 과거 탄광에서 수행한 업무와 골수성백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고 전립선암 발병 이후 시행한 방사선 치료는 일반적인 치료의 하나로서 A씨의 백혈병 발병 원인이 방사선 치료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단은 2019년 A씨의 폐쇄성폐질환에 대해 장해 3등급 판정을 내리고 업무상 질병을 승인했으나 전립선암과 골수성백혈병 발병과는 연관이 없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업무상 발병한 질병이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다른 질병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한 경우에도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다른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전립선암 확진 판정을 받은 2015년 11월 당시 A씨의 폐기능은 매우 불량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로 인해 전립선암 치료에 있어서 당초 예정됐던 적출술을 받지 못하고 부득이 방사선 치료로 선회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골수성백혈병의 발병원인 중 하나로 전리방사선을 들 수 있고 전립선암 환자에 대해 방사선 치료만 했을 경우 절제수술만 시행했을 경우와 비교해 골수성백혈병의 발생 위험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해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됨으로써 골수성백혈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질병인 폐쇄성폐질환과 골수성백혈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A씨의 업무상 질병과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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