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뜰, 10대 건설사 없어…파주희망프로젝트, 현산·포스코건설 참여
구리한강변 도시개발, GS건설 '우협' 탈락…"화천대유 사례, 납득 안 돼"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판교 대장동 개발의 사업시행을 왜 자본력 규모나 사업경험이 부족한 '화천대유자산관리'가 맡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화천대유와 같은 신생업체가 사업비 1조5000억원짜리 도시개발사업을 맡은 것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도시개발사업을 보면 대장동보다 사업성 낮은 곳이어도 개발사업 경험을 갖춘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권 대형 건설사에 사업시행자 자격을 준다. 이에 따라 화천대유가 '특혜'를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높아지고 있다.
◆ 성남의뜰, 10대 건설사 없어…파주희망프로젝트, 현산·포스코건설 참여
26일 건설 및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판교 대장동 개발의 사업시행자로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이 선정된 배경에 대해 의혹이 커지고 있다.
화천대유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지난 2015년 3월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를 공모할 당시 설립된지 불과 일주일 정도 된 신생회사였다. 당시 자본금 5000만원으로 개발사업 실적이 아무것도 없었으며, 지난 2016년 말 기준 자본금은 3억1000만원 수준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10.08 sungsoo@newspim.com |
또한 '성남의뜰'에는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권 건설사가 전혀 없다. 화천대유, 천화동인 1~7호, 성남도시개발공사, 하나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동양생명보험, 하나자산신탁만 참여해 있다.
반면 다른 도시개발사업을 보면 대장동보다 사업성이 낮은 경우에도 시평순위가 높고 인지도 있는 대형건설사가 사업시행자 컨소시엄에 대표사로 참여하고 있다.
예컨대 파주희망프로젝트 2·3단계 개발사업은 각각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포스코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얻었다. 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시평순위 9위, 포스코건설은 4위인 대형 건설사다.
'파주희망프로젝트'는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봉암리와 백석리 일대(375만㎡)에 산업단지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중 2단계는 외국인 투자단지·연구개발(R&D) 단지 등 첨단유망업종, 3단계는 데이터센터 등 첨단유망업종으로 구성된 산업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10.25 sungsoo@newspim.com |
파주희망프로젝트 공모지침서를 보면 "사업신청자는 이 사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2개 이상 법인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어야 한다"며 "건설업자를 반드시 1곳 이상 포함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이 때 '건설업자'는 2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시공능력평가순위 1~50위 이내 업체로 ▲공모일 기준 최근 10년간 택지개발, 도시개발, 산업단지 개발 실적 중 국내 단일공사 실적이 80만㎡ 이상이어야 한다.
즉 시공능력평가순위 50위권 건설사가 아니거나, 택지·도시·사업단지 개발 실적을 갖춘 건설사가 아니면 참여할 수 없는 구조다.
파주희망프로젝트 2단계 우협으로 선정된 현대산업개발·케이비즈파주산단 컨소시엄은 사업비 1886억원을 투입해 연구개발 기반 첨단업종의 산업단지(51만㎡)를 조성하는 내용의 제안서를 냈다.
3단계 우협은 파주센트럴밸리 사업협동조합,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한국투자증권, 교보증권으로 이뤄진 컨소시엄이다. 이들은 사업비 3240억원을 들여 미래성장과 혁신성장동력산업 위주의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제안서를 제출했다.
◆ 구리한강변 도시개발, GS건설 '우협' 탈락…"화천대유 사례, 납득 안 돼"
구리 한강변 도시개발사업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논란으로 소송을 겪기도 했다. 애초 우협으로 선정됐던 GS건설 컨소시엄이 우협 지위를 잃게 되자 소송을 제기한 것.
구리 한강변 도시개발사업은 경기 구리시 토평동, 수택동 일원 약 149만8000㎡에 스마트 복합도시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민간투자방식으로 진행되며 한강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로 진행된다. 총 사업비는 4조원으로 추산된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1.10.25 sungsoo@newspim.com |
이 사업은 GS건설, KDB산업은행, 호반건설이 대표사로 나선 3개 컨소시엄이 경쟁을 벌였다. 구리도시공사는 작년 11월 5일 심사 결과 GS건설 컨소시엄을 우협으로 선정했다. 하지만 GS건설 컨소시엄이 공모지침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무효 처리하고 차순위인 KDB산업은행 컨소시엄(구리 A.I. 플랫폼시티 개발사업단)을 선정했다.
공사가 밝힌 GS건설 컨소시엄의 공모지침서 위반 사항은 '제21조 사업신청자격'이다. 공모지침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공시하는 시공능력평가 10위 이내 건설사는 1개 컨소시엄에 2개사 이하로 제한돼 있다.
그런데 GS건설 컨소시엄에는 2020년 시공능력평가순위 기준 4위 GS건설, 2위 현대건설, 10위 SK건설(현재 SK에코플랜트)이 참여하고 있다. 10위 이내 건설사가 2곳이 아니라 3곳인 것. 다만 SK에코플랜트는 2019년 시공능력평가순위가 11위다.
GS건설은 이에 구리도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구리도시공사 측 관계자와 대화에서 2019년도 시공능력평가 등을 기준으로 사업신청자격을 판단한다는 질의 회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구리도시공사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처럼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 선정에서 10위권 건설사의 참여 여부는 민감하게 작용한다. 업계에서는 화천대유가 이런 문제를 겪지 않고 대장동 개발의 민간사업자로 선정된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화천대유가 어떻게 대장동 개발이라는 '노른자 사업'에 시행자가 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화천대유는 납입자본금 5000만원으로 공모 일주일 전쯤 만들어진 회사인데다 도시개발사업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회사"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회사가 대장동 개발과 비슷한 규모의 개발사업에서 시행자로 선정된 사례는 본 적이 없다"며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에 대한 의문을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