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스핌] 전경훈 오정근 기자 = 전국적으로 요소수 품귀현상이 지속되면서 화물차·건설 중장비 등 건설업체와 더불어 농가들의 시름도 이어지고 있다.
겨울을 앞두고 공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건설 현장에서 요소수 구하기 전쟁이 벌어졌지만 비싼 값을 주고도 살 수 없어 굴착기 기사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9일 "요소수 대란이 본격화되면서 조기 확보 등 대책을 세우지 못할 경우 물류대란과 교통대란 등이 예견된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요소수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정부는 이날 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요소와 요소수의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하며, 매점매석 행위 적발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방침이다. 2021.11.08 mironj19@newspim.com |
노조는 "요소수 대란은 미·중 무역분쟁의 연장선상에서 벌어진 중국의 석탄 수급 위기 상황에서 비롯됐다"며 "중국은 3주 전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3주가 지난 이달 2일에야 상황 파악에 나서는 등 뒷북치기 대응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요소수는 디젤엔진 배출 오염물질 저감장치에 사용된다.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는 대부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노조는 "요소수는 화물자동차 뿐만 아니라 버스, 건설 기계 등에도 필요하며, 요소는 농업 비료에도 필수적이다"며 "현재 한 달 분 재고 밖에 없는 상황이라 이대로 간다면 이달 말에는 물류·교통·건설 분야에서의 현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광주시에 등록된 영업용 화물차량은 총 1만 5327대이며, 전남은 9만 3000대다.
화물차 기사 박준영(61) 씨는 "주유소 수십 곳을 돌아다녀봐도 요소수 재고가 없다는 말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며 "화물차를 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돈을 더 주고 사려고 해도 살 수가 없으니 이대로 가다간 전부 굶어죽을 위기다"고 토로했다.
9일 오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요소수 구매를 원하는 문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사진=당근마켓 화면 캡쳐] 2021.11.09 kh10890@newspim.com |
요소수 부족 현상은 농가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벼농사의 경우 대부분 수확에 들어갔고, 월동배추 등 일부 겨울철 작물에 대한 비료를 주는 작업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대형 트랙터를 이용한 사료용 곤포 사일리지 작업이 일시 중단된 상태다. 밭갈이, 농자재 운반 등에 쓰이는 화물트럭이나 트랙터 등 디젤 기관을 쓰는 농기계의 경우 요소수가 없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소수 품귀현상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에 비료값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농민들의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 지역 한 커뮤니티에선 요소수 관련 문의 글이 꾸준히 30여건씩 게시되고 있다.
소방차 출동 지연을 우려한 시민들의 요소수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한 시민이 광산소방 첨단 119안전센터 출입구에 10ℓ 요소수 1통을 두고 갔다.
첨단119안전센터에 요소수를 기부하는 시민 [사진=광주소방본부] 2021.11.08 kh10890@newspim.com |
최근 광산소방서 구조대, 서부소방 화정 119안전센터, 동부소방 대인 119안전센터, 북부소방 문흥 119안전센터에 익명의 시민이 10ℓ 요소수 1통을 전달했다.
고민자 광주시 소방안전본부장은 "광주시 소방안전본부 산하 소방관서 보유 요소수는 향후 6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재고 물량이 넉넉하다"며 "당분간 소방차량 긴급출동에 문제가 없지만 시민들이 보내 온 따뜻한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본연의 임무에 더욱 충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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