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현민 기자 = 아파트나 빌라에서 길고양이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과 밥을 주는 캣맘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들을 중재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중성화 사업'과 '급식소 설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15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한 결과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A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9월 임시회의에서 유기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거나 집을 지어주는 행위 적발시 3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공고문을 각 동에 게시했다.
길에 버려진 고양이. [사진=동물권단체 케어 페이스북 갈무리] 2021.10.29 heyjin6700@newspim.com |
또 단지 내에 '1차 적발시 시정권고, 2차 적발시 범칙금 부과', '시설물 파손 등 업무방해 시 형사고발', '폐쇄회로(CC)TV 촬영 중'이라고 내용이 적힌 경고문도 설치됐다.
이미 지난 6월 한차례 정기회의서 '고양이 밥주기를 금지'한다고 의결했지만, 캣맘이 지속적으로 먹이를 주면서 갈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입주자대표회의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지난 9월 공고문과 팻말을 설치했다는 입장이다.
A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길고양이들로 인해 받은 피해가 상당했다. 길고양이들의 배설로 텃밭은 수확이 어려운데다 나무 등 조경수는 물론, 어린아이들까지 할퀴면서 민원이 폭주했다. 이 가운데 현재 4마리는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인 한 캣맘은 "입주자대표회의로 인해 밥을 못주게 하는건 국토교통부에서 타당하지 않다고 답변을 줬다"며 "동물보호법 개정이 시급한 이 시점에 길고양이 밥준다고 과태료를 내라는 곳이 아직도 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아파트 자체적으로 벌금이나 위약금을 부과하도록 관리 규약을 수정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입주민들의 원활한 환경 조성 등을 위해 관리규약을 개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진아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최근 아파트 단지 자체적으로 고양이 급여를 금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이뤄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아파트 자체적으로 지켜야할 규칙 등을 관리규약으로 정할 수는 있으나 입주자 과반수 이상 동의 등을 절차를 거쳐야 하며, 한쪽의 의견만을 바탕으로 길고양이 급여를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양이에게 사료주는 것을 일방적으로 금하는 조치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급여와 중성화 사업을 병행하며 공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찬 케어 자문변호사는 "단지 내 입주민들은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해 규약을 만들고 서로 지켜야할 규약을 만든다"며 "공동생활을 위해 상황에 맞게 일부 수정하기도 하는데, 이럴 경우 위약금을 걷을 수는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만 약속이 법에 근거하기 때문에 따라야 할 의무는 있지만,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형사적 책임을 물을 순 없다"며 "과태료라는 명목의 비용은 결국 입주자가 내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진행하는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벌금 부과 등으로 아파트 단지 내 규칙을 개정할 수 있지만, 길고양이로 인한 주민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동물단체 한 관계자는 "길고양이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캣맘 역시 아파트 단지 내 일원으로서 고양이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입주민들 역시 캣맘들의 마음을 헤아려 같이 머리를 맞대고 아파트 단지 특성에 맞는 방법을 강구하는게 가장 현명한 일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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