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감독체계 도입...'금융복합기업집단법' 만지작
자본부담 늘고 내부거래 제한...플랫폼 사업확장 제동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금융당국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그룹'에 대한 감독체계를 도입한다. 삼성·한화 등 지주사가 아닌 금융그룹에 해당하는 '금융복합기업집단법'을 빅테크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경우 자본 부담이 커지고 내부 거래가 제한된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업무계획'에 빅테크그룹에 대한 감독체계 도입 검토를 담았다. 빅테크의 금융 진출과 시장 점유율 확대해 대비해 이들에 대한 관리·감독 방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빅테크 중요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이미지=예금보험공사] 최유리 기자 = 2021.12.23 yrchoi@newspim.com |
구체적인 방안으로 당국은 금융복합기업집단법을 고려하고 있다. 그룹 내 위험전이나 동반부실 등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금융위 관계자는 "빅테크가 현재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규모가 커지고 금융과 비금융간 연관 관계가 생겨 잠재적인 리스크가 쌓이면 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법제는 일단 마련돼 있다"고 규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융복합기업집단법은 여수신업·금융투자업·보험업 중 2개 이상의 금융업을 영위하고, 자산 5조원 이상의 금융그룹을 관리·감독하는 제도다. 현재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DB 등이 금융복합기업집단에 해당한다.
국내 비주력 금융업종의 자산합계가 5조원 미만인 경우는 제외한다. 카카오가 여기에 해당한다. 은행, 증권, 보험업에 진출했지만 카카오뱅크를 제외한 나머지 금융사의 자산총액이 5조원에 못 미친다. 네이버는 여수신·금투업·보험 모두 영위하지 않는 상태다. 때문에 이 법을 빅테크에 적용하려면 규율 대상 기준을 바꿔야 한다.
금융복합기업집단이 되면 플랫폼을 통한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여러 제한이 생긴다. 각 업권법에서 규율하지 못하는 각종 규제들을 통해서다.
우선 자본부담이 늘어난다. 계열사 간에 부실이 전이·확산되지 않도록 자본적정성 기준을 지켜야 한다. 당국의 위험평가 결과에 따라 위험가산자본도 쌓아야 한다. 사업 초기부터 자본금 부담이 따라오는 금융업 특성을 고려하면 그룹 차원의 부담까지 더해지는 것이다.
계열사간 내부 거래도 제한된다. 50억원 이상의 내부 거래시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의 경우 쇼핑, 콘텐츠, 모빌리티 등 기존 사업에 금융을 접목시켜 확장성을 갖는데 금융복합기업집단법에선 내부거래 이슈에 부딪힌다.
이 외에 자체적인 내부통제·위험관리 기준을 마련해 그룹 차원의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 금융당국으로부터 3년 마다 위험관리평가도 받아야 한다.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으면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금융복합기업집단법을 만지작거리는 것은 빅테크발 잠재리스크가 커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간 금융 혁신을 이유로 관리·감독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문제의식도 있다. 빅테크와 기존 금융사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국제적인 규제 흐름도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빅테크에 동일행위-동일규제 원칙과 별개로 기업 기반 규제 도입을 권고했다. 현 규제 방식으로는 대형 플랫폼의 리스크를 포착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반독점패키지법이나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 등이 기업 기반 규제의 예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빅테크 영향력이 커지면서 우리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어떻게 규율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논의 과정에 참여하면서 규율체계의 국내 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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