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세지수 '역대 최고'…전세대출 부담에 월세行
"전세난 심화된다"…입주물량 최저·임대차3법 여파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최근 서울 전세, 매매시장에서 나타난 가격 조정 현상이 오래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여파로 전세대출 이자가 높아지면서 전세수요가 월세로 이동, 전세 매물이 쌓이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올해에는 전세가격이 추가 상승할 요인이 많다. 입주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인 데다 임대차 3법에 따른 전세(2+2) 만기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또한 월세가 점점 비싸질 경우 다시 전세로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가격 폭등과 더불어 매매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서울 월세 가파르게 올랐다"…역대 최고치
4일 KB부동산 리브온 월간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2월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09.4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2020년 1월(104.1)에 비해서는 5.1% 올랐다.
인천(110.0), 경기(108.6), 수도권(109.1) 모두 통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1월(104.1)에 비해서는 각각 8.7%, 6.1%, 6.1%씩 올랐다.
[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2022.01.03 sungsoo@newspim.com |
KB아파트 월세지수는 전용면적 95.86㎡ 이하 아파트의 월세를 지수화한 지표다. 이 지수는 2019년 1월 월세 가격을 100으로 두고 계산한다.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5년 12월 이후 큰 변동 없이 99~100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2020년 7월 임대차 3법이 도입된 후 가파르게 올랐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가 더 빨라졌다. 지난달에는 조사 대상인 서울(강북 14개구·강남 11개구)과 인천, 경기, 수도권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월세 전체 거래량은 작년 한 해 기준 6만7134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기간인 2020년 거래량(6만663건)보다 10.7% 늘어난 수치다.
이때 '월세 전체 거래'는 월세, 준월세, 준전세 형태 거래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월세 거래는 보증금이 월세의 12개월치 이하인 경우다. 준월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12~240개월치 구간,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 초과인 경우를 뜻한다.
◆ 전세 거래 '위축'…대출규제·금리인상 '여파'
반면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은 줄어들었다. 서울의 전세 거래량은 작년 한 해 기준 11만4209건으로, 1년 전인 지난 2020년 한 해 거래량(13만4401건)보다 15% 줄었다.
전세 매물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작년 말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3만1618건으로, 3개월 전(2만3871건)보다 32.4% 늘어났다.
학군 수요에 따라 전세거래가 많이 이뤄지는 양천구 목동, 강남구 대치동도 같은 기간 매물이 크게 늘었다. 목동의 전세매물은 작년 말 342건으로 3개월 전(162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대치동은 1294건으로 23.4% 증가했다.
이는 전세수요가 월세로 이동해 전세 매물이 쌓여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작년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로 고가 전세대출을 받기 어려워졌고, 금리 인상으로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비싸졌기 때문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최근에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KB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올해 1월 107.7에서 지난 11월 118.8로, 12월에는 119.4로 상승했다.
그런데 작년 8월 NH농협은행 등 시중 은행들은 전세자금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축소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적극 압박해서다. 전세가격은 올랐는데 대출을 받기는 어려워진 것이다.
전세대출 금리도 가파르게 올랐다. 작년 12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3.38~4.78%다. 작년 초 2.32~3.80%와 비교해 최대 1.06%포인트(p) 올랐다.
올해에도 전세대출 금리는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올해 1월을 포함해 적어도 상반기와 하반기 한 차례씩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 입주물량 최저·임대차3법 여파…"전세난 심화"
하지만 전세시장이 계속 안정될 것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월세 가격이 계속 비싸질 경우 수요가 다시 전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서다.
게다가 올해에는 전세가격이 추가적으로 오를 요인이 많다. 입주물량이 역대 최저 수준인 데다 임대차 3법에 따른 전세(2+2) 만기가 다가오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463가구로 작년(3만1211가구)보다 34.4% 감소한다. 지난 2020년(4만9359가구)에 비하면 절반 이하로 급감한 수치다.
또한 오는 7월 말이면 임대차 3법 도입 2년을 맞는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전세 4년을 다 채운 임차인들은 전세 만기가 돌아오기 2개월 전부터 전셋집을 구하기 위해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재계약을 신규계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월세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전세가격이 폭등할 경우 매매수요로 전환되는 경우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시 매매가격이 전고점보다 저렴할 경우 이를 급매물이라고 인식해서 사려는 수요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임병철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 수요자들이 매매수요로 옮겨붙을 가능성이 있다"며 "임차인들은 높은 가격에 전세를 구할 바에는 차라리 매매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19년 12·16정책이 나온 후 6개월 정도, 또한 2021년 초에도 종부세 여파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잠시 내려졌었다"며 "하지만 결국 저가 매수세가 붙으면서 다시 상승으로 전환했고, 이번에도 이런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대출규제로 수요를 억제했지만, 규제에 의한 시장 안정화는 중장기적 대책이 되기 어렵다"며 "주택공급이 늘거나 수요가 분산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집값이 안정될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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