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파산 신청 전년보다 11% 감소
회생은 717건으로 3년새 '최저'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금융당국의 대출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로 코로나19 확산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기업 파산 신청 건수가 지난해 감소했다. 회생 신청 건수 또한 최근 3년 새 가장 낮았다.
법조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 파산과 회생이 줄어든 현상은 일시적인 효과에 불과하다고 봤다. 금융당국의 계획대로 다음달 말 유예 조치가 끝나면 파산과 회생 절차를 밟는 기업, 자영업자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7일 법원 통계월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은 955건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1069건)보다 11% 줄어든 수치다.
당시 법인파산 신청 건수가 1000건을 넘어가면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회생법원과 수원지방법원에 접수된 신청 건수가 각각 445건과 206건으로 가장 많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제 불황과 중소기업, 자영업자 경영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금융당국은 대출금 만기를 미뤄주는 지원 정책을 펼쳤다. 정책의 효과로 기업의 이자 연체율과 부도율이 감소하면서 위기를 모면했다.
지난해 기준, 경영 사정이 좋지 않은 기업의 재건을 위해 체무 변제를 지원하는 법인회생신청 건수는 최근 3년 중 가장 낮았다. 법원에 접수된 법인회생(회생합의사건) 신청 건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717건, 2020년 892건, 2019년 1003건이다.
하지만 이 같은 통계 만으로 실제 기업들의 사정이 코로나19 확산 초기보다 나아졌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파산과 회생 절차에도 비용이 필요한 만큼 이를 부담할 여력조차 없는 기업들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계획대로 다음달 말 대출금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면 이자도 갚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기업들은 파산이나 회생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의 대출금 상환 유예 연장 조치보다는 기업들의 재창업과 재기를 위해 파산과 회생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백주선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 회장은 "파산과 회생에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손 놓고 방치하는 회사들도 있다"며 "지금의 기조라면 3월 이후 파산과 회생 신청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개인사업자도 사업 규모나 금액이 크면 법인회생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다만 법인파산의 경우 파산 절차를 밟지 않더라도 별다른 페널티가 없기에 자연 폐업하는 회사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백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손실보상이 필요하되 도산에 빠져 있는 기업과 회사들이 직전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거나 재기하도록 파산과 회생 절차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금 상환 유예 제도의 취지는 좋으나 종료 시기를 너무 길게 연장했다"며 "중간에 연장된 원금과 상환 유예 이자 현황을 체크라도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출금 상환 유예로 기업들의 위기를 막아놓은 것뿐"이라며 "3월이 되면 파산과 회생 절차를 밟는 기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sy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