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인 거주 가능한 도시형생활주택, 난개발 우려
재정비 규제완화 대신 도심 소규모주택으로 공급확대 시도 지적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의 도시형 생활주택(이하 도생) 규제 완화가 주택시장 왜곡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택 관련 규제는 여전히 피하면서 3룸의 아파트와 똑같은 구조의 전용면적 59㎡(24평형) 규모의 도시형생활주택이 나오게 돼서다.
이처럼 기형적인 주택 유형이 출시된 것은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정부의 '궁여지책'으로 진단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푸는 대신 공급이 쉽고 빠른 대체 주택을 내놔 공급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분석되고 있다.
9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도시형생활주택 사업에서 전용 50㎡ 이상 3룸 중소형 규모 주택 건축을 허가한 것에 대해 주택 시장을 왜곡하게 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59㎡ 중형 도생 나온다...정부, 원룸 대신 4인가족 거주용 허가
정부는 지난 8일 국무회의를 열고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바뀐 시행령에서는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명칭을 '소형주택'으로 바꾸고 그간 전용면적 14~50㎡규모만 건축을 허가했던 규정을 개정해 도시형생활주택도 방3개 거실1개로 구성된 전용 59㎡까지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대부분 원룸으로 구성된 도시형생활주택에서도 아파트와 비슷한 구조를 가진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특히 방 2~3개로 구성된 전용 50㎡초과 주택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기존 원룸형 도생은 주택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자칫 매입했다가는 다주택자가 돼 세금을 비롯한 규제를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도시형생활주택은 인기도 떨어졌고 공급량도 크게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서 허가된 중형주택 규모인 전용 59㎡는 내집마련 수요도 흡수할 수 있어 공급량이 늘어날 것이란 업계의 전망이다. '아파텔'이란 별칭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주거용 오피스텔 수요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정부는 이같은 난개발 우려를 줄이기 위해 전체 도생 소형주택 공급량의 3분의 1 이내에서 방 2개 이상 주택을 짓도록 했다. 하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사업성이 떨어지는 원룸보다 투룸 그리고 아파트 형태의 중형규모 도시형생활주택 공급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임대사업용인 원룸은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로 인해 경쟁력을 완전히 잃었기 때문에 도생 사업도 사양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번 법령 개정으로 도생사업이 경쟁력을 일정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법령 개정으로 시장 왜곡현상이 대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주택법상 '주택'에 해당되지만 주택으로서의 각종 규제는 피하고 있어 자칫 '난개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도시형생활주택은 주택법에서 규정한 감리 대상에서 제외되고 어린이놀이터와 관리사무소를 비롯한 부대시설 및 복리시설 설치 강제 조항이 없다. 당장 주차장만 해도 1가구당 1대가 배치돼야하는 일반주택과 달리 0.7대로 완화돼 있다. 아울러 외부소음과 배치, 조경 등의 건설기준도 적용받지 않아 일조권은 물론 외부에서 창문으로 주택 내부를 볼 수 있을 정도로 주택내 사생활 보호도 되지 않고 있다.
일정 가구 이상이면 학교를 설치해야하지만 도시형생활주택은 설치 대상 주택수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학교 관련 규정도 적용받지 않는다. 이는 원룸으로 지어질 때는 상관없지만 3~4인 가족 구성원이 입주할 경우 적지 않은 문제가 될 전망이다.
또한 분양시 청약 절차를 밟지 않기 때문에 청약통장이 없어도 분양 받을 수 있다. 특별공급을 비롯한 생애최초 구입자를 위한 배려도 없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주택이란 특징도 갖고 있다. 지금도 도시형생활주택의 분양가는 학교, 주차, 부대시설, 녹지를 비롯한 각종 규제가 적용되는 '주택'인 주상복합 아파트와 동일한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 '중형' 도시형생활주택, 난개발로 주택시장 왜곡 우려...재정비사업 대체용 지적도 나와
[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정부가 3~4인 가족이 거주할 수 있는 전용 59㎡ 규모주택의 도생 도입을 허가한 가운데 이로 인한 난개발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도시형생활주택 모습 2022.02.09 donglee@newspim.com |
이에 따라 전용 50~59㎡ 규모 도시형생활주택의 등장에 대해 주택시장의 왜곡현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당분간 도생 소형주택에 대한 주택관련 규제 적용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방 2개 이상으로 구성된 중형규모 주택은 3분의 1밖에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우려할 만큼의 난개발은 발생하진 않을 것이란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방 2~3개로 구성된 도시형생활주택은 그 공급량이 적을 것이기 때문에 난개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난개발 우려는 여전하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원룸은 오피스텔에 비해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전용 30㎡ 이상 투룸 이상 도생 소형주택 공급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라며 "결국 과거 1~2인 가구 거주 주택에서 2인 이나 3~4인이 거주할 수 있는 규모가 큰 도생이 늘어날 것인데 주택임에도 오피스텔 수준의 주거여건과 난립으로 인해 난개발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투기 대상이 중형 도생주택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아파텔 수요가 자녀 명의로 매입하는 투기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번 도생 건축규정 완화에 대해 배경에 대해서도 재건축·재개발 대체용이 아닌가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2.4대책 발표 이후 도심부에서 용적률을 높여 주택을 짓도록 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재건축·재개발을 엄격히 규제했던 박원순 전 서울시장도 도심복합사업과 유사한 역세권 활성화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지금까지 76곳 10만여 가구가 후보지로 지정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번 도시형생활주택 규모 확대도 이같은 도심부 소규모 단지 공급 확대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주택공급의 핵심 대안으로 꼽히는 재건축·재개발 규제는 여전히 묶어두고 소규모 단지 공급으로 주택공급 확대를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출범 초기부터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일사천리로 추진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정권의 정책방향과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소규모 주택단지를 매개로 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대해 부정적이다. 도심복합사업은 증산4구역이나 신길2구역같은 재개발 해제구역을 제외하면 대부분 200~300가구의 소규모 단지로 지어지며 도시형생활주택 역시 300가구 미만만 지을 수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도심복합사업이나 도생 소형주택의 규모 확대로 인한 주택공급수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도심에서 용적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소규모 단지를 공급하는 것은 주택공급 확대라는 당초 기대 목표보다 결국 난개발만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주택공급 확대는 재정비 사업 촉진으로 추진돼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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