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정태 산업2부장 겸 부국장 = 올 들어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끝 모를 상승세를 보일 것 같았던 강남3구 아파트 역시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통계가 여러 공인 기관들의 지표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홍남기 부총리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번갈아 가며 "집값이 곧 떨어질 테니 집 사지 말라"며 '영끌 경고'에 나선 예언(?)이 일견 들어맞는 듯하다. 부동산커뮤니티에선 자취를 감췄던 폭락론자들의 목소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집값은 정말 정점을 찍고 하락추세에 접어든 것일까. 일단 부동산 시장의 주변 환경을 살펴보자. 정부는 수요억제 정책을 넘어서 아예 거래를 마비시키는 '규제 폭탄'을 퍼부었다. 그게 문재인 정권 내내 쏟아 부은 28번의 부동산정책이다. 하지만 풍선효과 등 시장 왜곡현상은 도처에서 일어났다.
결국 정권 말 극단적인 대출규제가 시장에 먹혔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15억 원 이하에서도 사실상 막혔고 신용대출 한도도 대폭 낮아졌다. 또 올해부터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의 위력도 반영되고 있다. 정부가 은행을 통해 사실상 집을 사들일 수 없도록 대출을 차단 한거나 다름없다. 정부 정책자금 대출인 디딤돌이나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되는 무주택자만이 대출 수혜층이 됐다.
대외적 변수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의 테이퍼링(유동성 공급축소)에 이어 금리 인상이 거듭 예고되면서 국내 금리인상 압력을 받아왔다. 기준금리가 오를 때마다 가산금리는 껑충 뛰면서 제1금융권에서 주담대 금리가 7%에 육박하는 고금리로 전환됐다.
고통 받는 서민이나 중산층은 이를 버텨낼 재간이 없다. 주택 거래량은 급감했다. 매매와 전세 모두 매수 수요가 뚝 끊겼다. 수도권과 서울 외곽부터 나타난 약세 현상이 서울 곳곳으로 확산됐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추세적 하락을 단언 하긴 어렵다. 되레 시장 왜곡 현상이 가져온 일시적 결과라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9억 원 이상 15억 원 미만 주택 거래량이 올스톱 되다시피한 요인이 크다.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을 대부분 투기과열지역으로 묶고, 거래가 가장 활발한 가격대를 타깃 삼아 대출과 각종 세금중과 등의 '핀셋 규제 폭탄'을 투하했기 때문이다. 이들 가격대의 집값은 유독 약세를 보이는 것도 그 이유에서다.
반면 '거래절벽' 속에서도 15억 원 이상 특히 알짜 단지들의 고가 아파트 집값은 신고가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신반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85㎡는 최근 46억 원을 넘어선 게 대표적이다. 2018년 8월 3.3㎡당 1억 원이 넘어선지 3년 4개월 만에 1억5000만 원에 육박하고 있다. 강남3구 등 서울과 경기 일부 고가 아파트는 대출규제에 개의치 않고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점은 현금부자에게만 자유로운 '부동산 쇼핑'의 기회를 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재인 정권에서의 부동산 정책은 계층의 양극화를 가속화 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을 반드시 잡겠다고 자신하던 그 주역들은 실패만 거듭하더니 문 정권 말기에는 누구도 보이지 않는다. 사실 그들은 벼슬을 무사히(?) 마치고 금의환향 하듯 교편을 잡는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만이 국민들 앞에서 "부동산에 대해선 할 말 없다"며 실패를 자인하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다. 뒤늦은 공급 대책도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면서 또 다른 부작용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문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그 어느 계층에서도 지지하지 않는 실패한 정책이다. 집값 폭등으로 인한 젊은 층들이 갖는 상실감부터 유주택자들에게 투하된 징벌적 세금 폭탄과 '임대차3법'으로 인한 분쟁 급증에 이르기까지 분노하는 '부동산 민심'을 불러왔다. 이때문에 대선을 앞 둔 집권당인 민주당은 '정권 교체' 바람에 고전하고 있지 않은가.
'부동산 민심'을 잡기 위한 대선 후보들 간의 부동산 공약이 쏟아지고는 있는데,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데 있다. 구체적 재원 마련 제시 없이 서로 경쟁하듯 '반값 아파트'에 수백만 가구를 짓겠다며 뻥튀기 숫자를 제시하고 있다. 심지어 표를 얻기 위해 말을 뒤집거나 지키지도 못할 선심성 개발 공약을 남발하는 후보 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민이 왜 부동산에 허탈해 하고 박탈감을 느끼는지 본질을 꿰뚫고 고민하는 후보가 없다. 내집마련 할수 있는 다양한 기회 부여와 주거만족을 높일 수 있는 혜안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고 씁쓸하기만 하다. 왜곡된 시장을 바로 잡을 수 있는 후보가 당선돼야 시장의 안정을 가져 올수 있는데 솔직히 기대치가 낮다. '차악'과 '차선'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여전히 혼란스러운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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