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의사능력 없다는 이유로 거절
인권위, 보험사·금감원에 관행 개선 권고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치아보험을 신청했다가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보험사로부터 거절당한 일이 벌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며 보험사와 금융감독원(금감원)에 관행 개선을 권고했고, 기관들이 이를 수용했다.
2일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해 3월초 지적 장애인 A씨는 딸이 대리로 신청한 B보험회사 치아보험 계약을 거절당했다.
B사는 4회에 걸쳐 통화하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을 물었으나 A씨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B사는 자녀 등이 불러주는 대로 A씨가 답하자 같은 달 23일 보험 계약 신청을 거절했다.
B사는 "모집인이 A씨와 직접 통화 시 주민번호와 키, 몸무게를 물었으나 자녀나 그 배우자가 옆에서 대신 답했고 피해자 스스로 이를 답하지 못했다"며 "이에 비춰 볼 때 A씨는 해당 보험계약 피보험자로 동의한다는 것의 법률적 의미나 효과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의사능력이 없어 법적으로 유효한 동의를 할 수 없는 본 사안에서 보험 인수 거절은 정당하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스핌] 김승동 기자 = 치아 단면도 2020.06.17 0I087094891@newspim.com |
인권위는 B사 조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차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상법에 따르면 상해보험은 반드시 피보험자 동의가 필요한 게 아니라는 점 ▲A씨가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보험 상품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의사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점 등을 꼽았다.
인권위는 "이 진정 사건처럼 어머니가 치아보험에 직접 가입할 수 없는데도 딸이 어머니를 위해 치아보험에 가입하는 것마저 어머니 동의 능력 부재를 이유로 거절당한다면 A씨는 실질적으로 대부분 보험가입으로부터 배제되는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B사에 A씨 상해보험 청약 절차를 진행하고 지적장애를 포함한 발달장애인을 상대로 의사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상해보험 가입을 불허하는 관행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금융감독원장에게는 이런 보험사 관행이 개선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하고 지도·감독하라고 권했다.
인권위 권고 관련 B사는 A씨가 신청한 치아보험 청약 인수를 결정했다고 회신했다. 또 장애인의 보험 가입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마련해 시행 중이라도 답했다. 금감원도 보험사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에 상해보험 인수 업무 관리 강화 요청 공문을 보냈다고 회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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