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양섭 기자 = 최근 주식시장의 하락은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모두 마찬가지다. 국내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역시 최근 52주 신저가를 맴돌고 있다. 지난해 6~7월 기록했던 고점과 비교하면 거의 반토막 수준이다.
뭐가 문제일까. 물론 시장 자체가 하락장인 탓도 있지만 플랫폼 기업들의 주가 낙폭이 훨씬 더 크다. '성장주'의 주가 하락은 그동안 높게 평가해줬던 성장성 프리미엄에 투자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한 것이고, 더 이상 그 프리미엄을 주지 못하겠다는 뜻이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빅테크 규제' 우려에 따른 투자심리 악화가 본격적인 하락의 '트리거(trigger)'가 됐다.
플랫폼 기업들은 필연적으로 '독과점' 이슈와 맞닿아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 성격 자체가 그렇다. 사업을 잘하게 되면 점유율이 비약적으로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특성이 있고, 그 부분이 성장의 핵심이기도 하다.
카카오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많은 사람들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테면 헤어샵이나 꽃 배달 등이다.지난해 10월 국감장에 불려나온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성장에 취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통렬히 반성한다"고 했다. 이후 실제로 꽃배달·간식배달·샐러드배달 등의 사업에선 철수한 상태다. 카카오는 지난해말 기준 134개였던 계열사를 올 연말까지 100여개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상황은 이렇지만, 감정적 여론이 아니라 객관적 시각으로 사안을 바라볼 필요는 있다.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부분은 명확해야 한다. 감성적인 포퓰리즘이 작용해선 안된다. 헤어샵도, 꽃 배달 플랫폼 사업도 사실 할 수 있다. 플랫품 사업자의 시장 진입으로 소비자들은 높은 편의성을 바탕으로 많은 효용을 얻게 되고, 산업의 성장속에 많은 사업 기회들이 생긴다.
규제는 단순히 '골목상권 침해 우려' 등이 아니라, 명확하게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를 타깃으로 해야 한다. 플랫폼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면 이익을 늘리는 것은 너무 쉽다. 수수료만 조금 올려주면 된다. 플랫폼에 입점한 사업자들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수긍해야 한다. 싫으면 탈퇴를 하면 되지만 사업자 입장에선 여러가지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행위다. '싫으면 나가든지'라고 배짱을 부려도 끌려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독은 이런곳에,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는 곳에 집중돼야 한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 가맹, 비가맹택시를 구분해 콜(승객 호출)을 몰아주는 형태로 자사 서비스를 우대한 것으로 보고, 제재를 논의중이다. 단순히 '골목상권 침해 우려'라는 식의 비난보다는 훨씬 바람직한 방향의 규제다.
'몰래 배차 로직을 바꿨다'는 등의 여러가지 논란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부인하고 있고, 또 '알고리즘을 개편하면서 알리지 않았다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물론 논란의 여지는 남아있다.
플랫폼 기업들에게 많은 규제를 하지 않아도, 사실 경쟁자들은 충분히 있다. 글로벌 톱티어(top tier) 기업들도 틈만 나면 한국 시장에 들어올 채비를 하고 있고,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면서 기존 빅테크들에게 '메기' 역할도 충분히 하고 있다.
사실 구글이 아닌 자체 검색 포털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 중국, 러시아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국내에서도 구글의 검색 점유율은 이미 수년전부터 상승하고 있는 추세여서 '10년후에도 네이버가 과연 괜찮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10대들이 카카오톡보다 페이스북메신저를 더 많이 쓴다는 것도 몇 년전부터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이 어른이 되면 갑자기 카카오톡을 많이 쓰게 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설픈 규제 또는 그런 규제를 추진하는 정부의 스탠스는 많은 기회들을 놓치게 만든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P2E(Play to Earn)게임 분야 등에서 한국 업체들은 많은 기회들을 놓쳤다. 가상화폐 1차 광풍이 불었던 2018년 당시 법무부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 금지', '거래소 폐쇄' 등을 언급했다. 당시 가상화폐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했던 위상은 현재보다는 훨씬 높았지만, 그런 위상을 이어가지 못했다. 선진국 수준인 게임 산업도 마찬가지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P2E 게임을 잇따라 개발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선 서비스를 할 수 없다.
역대 거의 모든 정부들은 출범 초기 '규제 개혁', '규제 완화'를 강조해왔다. 윤석열 당선인도 대선 후보 당시 규제완화를 강조했고, 정부 출범을 앞둔 인수위 역시 규제완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엔 정말 초심을 잃지 않고 '규제개혁, 규제완화'에 '진심'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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